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정부·여당은 수퍼 권력기관 공수처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권력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려고 만드는 국가기관이다. 권력기관의 권력 남용과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입법·행정·사법권을 나누고 서로 견제·감시하게 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통치기관의 구성 원리이다. 사법부가 검찰권을 통제하는 것은 그 한 예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는 무관한, 대통령을 위한 권력기관이다.

정부·여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권을 정치권력에서 독립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인권 존중의 정신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제도와 전통을 확립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다. 검찰이 그동안 국민의 불신과 지탄을 받아온 이유는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며 검찰권을 편파적으로 악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검찰이 조국 일가 수사를 통해 정치권력의 시녀이기를 거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검찰의 힘을 빼겠다고 공수처를 들고나온 것이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의 시녀를 만들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 실현이 아닌 대통령의 권한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것은 통치기관의 구성 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검찰의 힘을 뺀다고 그보다 더 통제받지 않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검찰 개혁인가. 대통령이 조종하는 공수처를 만들어 법관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아 사법부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독재를 하겠다는 발상이다.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서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제89조 제16호). 검찰총장은 헌법에 근거를 둔 법률상의 기관이다. 검찰총장은 검사의(제12조 제3항) 총책임자이며 헌법상 범죄 수사와 기소의 총책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근거가 없이 검찰총장보다 상위 수퍼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어떻게 위헌적인 공수처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수사권을 책임지는 검찰총장의 수사권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개헌 없이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수퍼 공수처의 설치는 불가능하다. 또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검찰과 공수처를 함께 두는 것은 정부 조직의 기본 원칙인 효율성과 중복 설치 금지 원칙에 위배한다. 나아가 공무담임권을 갖는 국민이 고위 공직자가 되었다고 일반 국민과는 다르게 정치색 짙은 별도의 기관에서 수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 원칙과도 어긋난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하여 국민보다 중하게 처벌받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청렴 의무를 어긴 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사까지 따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위 공직자의 부패 방지를 감시할 국가기관은 지금도 충분하다. 헌정사에 비추어 가장 부패하기 쉬운 대통령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 관계자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아직도 공석이다. 이 법에는 결원이 된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이 30일 이내에 임명하라고 명했지만 대통령은 이 법을 공공연히 어기고 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서두른다.

따라서 위헌적인 공수처는 국회에서 더 이상 논의해선 안 된다. 헌법에 근거도 없이 막강한 수사·기소권을 갖는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려는 것은 설령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위헌성이 소멸하진 않는다. 국회에 발의된 두 개의 공수처법안은 통과돼선 안 되는 위헌적인 내용이다. 지금의 검찰 조직과 상설 특검 및 특별감찰관제도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구태여 위헌적인 공수처를 또 만들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