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 대한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최근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일부 교사가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 22일 학생들이 교육청에 교직원의 감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자 현장 조사를 나간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 20여명이 학교를 찾아 전교생을 상대로 교사들이 정치 편향적 행위를 강요한 것이 사실인지 등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교육청은 특별장학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감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교육계는 "혁신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를 장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혁신학교는 교육 과정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형태의 학교다. '주입식 교육을 토론·참여식 교육으로 대체한다'는 명분하에 2009년 좌파 성향 교육감들이 도입했다. 인헌고는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혁신학교에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교사들끼리 모이는 구조적 문제가 '인헌고 사태'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학교는 초등은 전체 교사의 50%까지, 중·고교는 25%까지 교장이 초빙한 교사를 데려올 수 있다. 혁신학교에 근무했던 한 고교 교사는 "혁신학교로 8년을 보내면 이미 전교조가 학교를 쥐락펴락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른 학교에서 전보 신청을 해 혁신학교로 전교조 교사가 가거나, 혁신학교에 있는 전교조 교사가 전보 유예를 신청해 계속 머무는 일도 매우 빈번하다"고 했다.

실제 인헌고는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6개월 만에 학교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 당시 교장이었던 장모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 내에서도 편을 갈라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몰아세우는 등 혁신학교 내부 교원 간 갈등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작년 11월 인헌고 측 요청을 받고 첫 현장 근무지로 이 학교를 선택, 닷새간 현장 근무를 한 뒤 '명예교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당시 조 교육감은 "혁신 미래 교육의 완성도를 높이고 학교를 보다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