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모습 드러낸 리설주 - 김정은이 지팡이를 짚고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부인 리설주도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선임자'는 자신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동안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이라고 선전해 왔다.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가 추진한 금강산 관광 등 대남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이다. 세습 정권인 북한에서 후계자가 아버지를 비판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보도했다. 이어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서 금강산 관광지구의 부지를 망탕 떼어주고 문화 관광지에 대한 관리를 외면하여 경관에 손해를 준 데 대하여 엄하게 지적하셨다"고 했다.

북한에서 신격화 대상인 김일성·김정일의 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김정일의 아들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김정은이 선대(先代)의 정책을 대남 의존적이라고 정면 비판한 것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뛰어넘어 더 큰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선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김정일식 대남 의존형 관광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광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발언이 김정일을 겨냥했다기보다는 대남 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장성택 등 김정일 집권 당시의 정책 담당자들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실무 담당자들을 데려갔는데 그들의 선임자라는 뜻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