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반환점(11월 9일)을 앞두고 경제·사회·인사 등 내치(內治)는 물론이고 외교·안보와 대북 관계에서도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다음 달 9일이면 5년 임기 중 절반이 끝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은 계속 나빠지고 정권의 명운(命運)을 걸고 추진했던 남북 관계도 북한이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청와대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들어내라"고 말한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라며 다시 '평화 경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김정은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 모두 철거'라는 초강수로 '평화 경제 구상'을 사실상 걷어차 버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암울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비핵화 협의를 하고 협상 의지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우리 정부에 노골적 불만을 터뜨리며 대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김정은 답방 등 남북 관계 이벤트로 국면 전환을 꾀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권은 '조국 사태'에 이어 경제성장률과 수출·일자리 실적 부진, 대일 관계 악화와 한·미 동맹 약화 등 정치·경제·안보 모든 면에서 3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없는 한 경제 상황이 단기간에 좋아질 거란 기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 52시간제 보완과 대입 정시 비중 확대는 핵심 지지층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처벌 유예 등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 약속이 농담이었느냐"며 다음 달부터 대(對)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전교조는 정시 비중 확대 발언에 대해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고 반대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일본과의 징용 문제, 중국과 사드 문제 등 해묵은 숙제가 시한폭탄처럼 기다리고 있다. 한·미·일 3각 안보 체제가 흔들리자 신(新)북방 정책으로 공을 들여왔던 러시아까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연속 침범하며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