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여당 출신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기초연금 등 복지비 부담에 재정 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광주광역시 북구·서구, 대구광역시 달서구 등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편지를 청와대 회의에서 소개하면서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기초연금 국가 분담 비율을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결국 정부가 구청장의 편지대로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를 돕기로 했다. 기초연금 부담으로 재정 운영이 어렵다는 기초자치단체 7곳을 선정해 내년에 국고 지원을 늘려주기로 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에게 최대 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올해 기준 529만4000명에게 14조7000억원이 지급된다. 중앙정부가 40~90%를 부담하고 지자체는 노인 인구 비율과 재정 여건 등에 따라 나머지를 부담한다.

◇7개 지자체에 국고 지원 늘려

보건복지부가 22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초연금 추가 지원 지자체 현황과 지원액' 자료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 7곳이 내년에 국비 145억1800만원(지자체별 7억900만~31억2900만원)을 기초연금 재원으로 추가 지원받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올해 8월 정부 예산안 편성 막바지에 반영됐다"고 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을 국고에서 추가로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 선정 기준을 국가부담비율 70% 이하와 재정자주도(예산 중 자체 수입, 지방교부세 등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 비율) 35% 미만, 사회복지비지수(예산에서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복지 지출 비중) 20% 이상으로 정한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6일 입법 예고했다.

◇근본적인 재원 분담 방안 필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여론 수렴 등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난 8월에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 지원 재원을 편성한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시·군·구가 반발할 수 있어 추가 지원 대상인 7개 지자체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의 지원 규모와 추가 지원 대상 선정 등 전반적인 제도의 틀을 보완해야 하는데 급하게 서두르다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분과, 지자체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할 부분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우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