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기재부가 야당 공격 논리 제공, 공무원 중립 위반"
민주당 "기재부가 만든 기초 자료에 당이 의견 붙인 것"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경제 정책 '민부론(民富論)'을 반박하는 A4용지 36페이지 분량의 '민부론 팩트체크' 자료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황 대표의 '민부론'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탈원전 등을 문제삼자, 이를 반박하며 공격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료를 민주당이 자체 제작하지 않고 기획재정부가 대신 작성해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22일 제기됐다. 이에 한국당 측은 "기재부가 특정 정당을 공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서 공무원 중립과 삼권 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재부로부터 기초 자료만 받아서 내부에서 의견을 붙인 문서"라고 했다.

'민부론 팩트체크' 파일의 '문서 정보'.

민주당이 배포한 '팩트체크' 자료는 민부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팩트는 외면, 정책은 균형감 없고 재탕했다'면서 민부론이 제시한 20개 과제 중 8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거의 베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민부론에 나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거와 자세한 경제 지표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민부론 팩트체크' 원본 파일의 '파일 정보'를 보면, 작성자('지은이') 난에 기재부 A서기관이 사용하는 이메일 아이디가 적혀 있다"며 "이 서기관은 현재 기재부에서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가 민주당을 대신해 문서를 만들었다는 추정이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기재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국당 한 의원은 "상당수 대목에서 기재부가 쓰는 표현과 양식 등이 그대로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재부가 만들어 뒀던 자료를 받아 민주당 소속 전문위원들이 의견을 붙이고 문서를 작성해 의원들에게 배포했다"며 "공무원이 작성한 자료가 아니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각 정당이 주요 정책을 발표하면 관계 부처가 내부 검토를 하는데 그 자료를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기초 자료를 기재부로부터 받은 뒤, 반박 논리는 당에서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당 관계자는 "기재부가 기초 데이터만 제공했다고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며 "기재부가 여당에 기초 자료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직접 작성해줬느냐가 관건인데 내용상 상당 부분에서 반박 논리를 적극적으로 제공한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기재부는 평소 정당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지만, 여당으로부터 민부론 대응 자료를 요구받거나 작성해 준 바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에서 둘째)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제1차 입법세미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