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을 위한 학교가 있다. '퇴사학개론'을 가르치고 '전략적 이직 컨설팅'을 진행한다. 퇴근 후 쇼핑몰 창업 등 직장인 부업 관련 수업도 이 학교 과목들이다. 학칙은 '회사에 절대 소문내지 않기' '졸업 전까지 부장님께 절대 들키지 않기' '입학은 조용히, 졸업은 화려하게' 등이다.

이곳은 유명 대기업을 4년 반 다니다 그만두고 나온 장수한(34·사진)씨가 2016년 세운 '퇴사학교'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평범한 모범생이라고 표현한 그는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게 어릴 때 제 계획이었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토익 준비하면서 10~20대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 장씨를 퇴사하게 한 건 경직된 조직 문화였다. 그는 "회사의 시스템에 맞추다 보니 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다고 느꼈다"며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스스로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조직 안에서는 크게 성장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회사를 나온 장씨는 1년간 과일 배송 스타트업, 육아 서비스 스타트업 등을 경험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장씨는 자신처럼 커리어 고민을 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위해 퇴사학교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해지고, 좋은 직장 들어가야 한다는 천편일률적 성공 공식이 깨지고 있는 시대"라며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했다.

장씨는 퇴사를 결심할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나 자신을 아는 것'과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아는 것'을 꼽았다. 자기 자신을 확실히 파악해야 후회 없는 퇴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완벽한 직업은 없다"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것이 이상적인 커리어 전환"이라고 했다.

장씨는 철저히 준비된 퇴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페 창업을 하고 싶으면 퇴근 후 저녁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노력도 없이 퇴사하면 분명히 실패한다"고 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퇴사학교를 차린 장씨지만, 그가 수강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퇴사하지 말라"는 말이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이들에게는 "창업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해주면 10명 중 9명은 '퇴사하지 않겠다'고 해요. 이런 말을 듣고도 '괜찮다. 감수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퇴사는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