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공립학교 교장의 재산 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선 학교 교장들은 "학교장을 잠재적 범죄자로 폄훼하는 것이며, 가난한 교장에게 상실감을 더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전국 교육청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공립 학교장을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자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9700여명의 국·공립 학교장이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교장이 학교 행정 전반에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기 때문에 견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국·공립 학교장에게 4급 상당 이상의 예우를 하는데, 4급 이상 직위에 임명된 장학관과 교육연구관이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 등록의 의무를 지니니 학교장도 형평에 맞게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교원 단체와 시·도교육청은 "탁상행정으로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부를 것"이라며 반발한다. 한국교총은 "교장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한 왜곡된 현실 인식"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교총은 "학교 사업 예산의 주요 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집행 결과는 학교 정보 공개를 통해 알리고 있어 학교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학교장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대민 접촉이 드물고 외부와 결탁해 이익을 취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학교장들 재산이 비교 대상으로 회자되면 교육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했다.

교육 당국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재산 등록이 의무화되면 각 교육청에 별도 인원을 충원해 전담팀을 만들어야 하는데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일 것"이라고 했다.

권익위는 2010년에도 학교장 공직자 재산 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다 교육 현장 반발에 중단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장 재산 등록에 거부감이 없겠지만, 교장들에겐 민감한 사안"이라며 "정부가 교원 단체 반발을 무릅쓰고 시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