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저녁 8시 50분(한국 시각), 지구 상공 400㎞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 두 명이 육중한 우주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두 우주인은 3시간에 걸쳐 100㎏이 넘는 리튬 배터리를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1998년 이래 우주정거장에서 221번째로 이뤄진 이날의 우주유영(宇宙遊泳)은 인류 우주 개발사에 또 하나 의미 있는 한 걸음이었다. 인류 최초로 여성만 참가한 우주유영이었던 것이다. 두 주인공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 크리스티나 코크(40)와 제시카 메이어(42)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여성 우주인인 크리스티나 코크(왼쪽)와 제시카 메이어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주먹을 맞대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은 18일 우주 개발 사상 최초로 여성만의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만의 우주유영은 우주개발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주역이 됐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여성 우주인의 유영은 늘 남성 우주인과 짝을 이룬 형태였다. 코크는 우주유영 전 "남녀가 모두 역할을 갖고 기여할 수 있는 시대에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그래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972년 중단된 아폴로 프로젝트를 이어 2024년 달에 다시 우주인을 보내는 나사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도 여성 우주인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는 달을 밟는 첫 여성이 탄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프로젝트명인 '아르테미스'도 그리스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이다. 당초 여성만의 우주유영은 지난 3월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우주정거장에 여성 우주인 몸에 맞는 우주복이 한 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나사가 공개한 달 탐사용 우주복은 가슴과 허리 둘레를 조절해 남녀 구분 없이 쓸 수 있다.

18일 국제우주정거장 밖에서 유영 중인 제시카 메이어. NASA가 생중계한 장면이다.

두 사람은 2013년 나사의 우주인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코크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공학 학·석사를 마쳤고, 메이어는 UC샌디에이고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대 마취과 교수를 지냈다. 둘 다 어릴 때부터 우주비행사가 꿈이었다. 코크는 지난 3월, 메이어는 지난달 각각 우주정거장에 도착해 유영을 준비해왔다.

우주정거장에서 두 사람의 주 임무는 다음 달 탐사에 대비해 장기 우주 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메이어 박사는 남극의 얼음바다로 잠수하는 펭귄과 에베레스트산을 넘는 기러기를 통해 극한 환경의 생체 변화를 연구한 전문가다. 그는 우주로 떠나기 전 "황제펭귄과 기러기에 이어 나 자신이 극한 환경의 실험동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코크도 2004~2007년 미국 남·북극 탐사대에 참가했다.

1963년 보스토크 6호를 탄 구소련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가 여성 우주인의 역사를 연 이래 지난 반세기 우주개발에서 여성은 남성의 보조 역할에 그쳤다. 지금까지 우주로 나간 564명 중 여성은 65명에 그쳤다. 이 중에는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 박사도 포함된다.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1999년 아일린 콜린스가 첫 여성 우주왕복선 선장이 됐고 2008년 미국 페기 윗슨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정거장 대장이 됐다. 이번 두 여성 우주인이 2013년 우주인 훈련을 받을 때는 절반이 여성이었을 만큼 수도 늘었다. 특히 우주 선진국들이 지구 저궤도를 넘어 달과 화성 등으로 가는 장기 우주 탐사로 눈을 돌리면서 여성 우주인의 주가는 더 높아지고 있다. 우주와 비슷한 조건의 사막과 남극 탐사에서 단기 임무는 남성이 낫지만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 더 나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