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해 360억원 이상의 대규모 기부금을 모금하면서도 사용 내역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현행 법인세법을 위반했다고 국세청이 17일 밝혔다. 이 재단은 현 정부 출범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1600억원을 환수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쓰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한국당 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 국세청에 제출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에서 각종 장학 사업과 토론회 등 매달 60~160건의 행사 관련 지출을 한꺼번에 뭉뚱그려 'A단체 외'에 '장학사업 외 운영비' 등으로 썼다고 신고했다. 사용처가 어디인지 모르게 하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 의원은 국세청에 '지출 목적에 차이가 있는 사업들을 한데 묶어서 신고한 것에 대한 판단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국세청은 "법인세법에 따른 명세서 서식 방법에는 지출월별, 지급목적별로 구분 기재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지급목적별로 구분 기재하지 않은 것은 작성 오류"라고 했다. 법인세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재단은 "'대표지급처명'에 장학금을 수령한 개인보단 단체를 명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국세청의 '기부금 수입 상위 30개 공익법인 현황'에 따르면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지난해 369억원을 모금했다. 대한적십자사(23위·349억원)보다 모금액이 많은 전체 21위다. 추 의원은 "출범 1년 만에 '거대 공익 재단'이 됐다"고 했다.

공공기관들이 상생연대기금에 '성과급 반납분'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사실상 '지침'을 하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지난 5월 7억6000만원을 재단에 출연한 한전KDN은 앞선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검토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부는 "기금 출연에 동의한다"며 "향후 기재부 협의, 이사회 의결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회신했다. 기재부도 "기관 재무 영향에 유의해 사업을 추진하라"고 했다. 윤 의원은 "자발적 기부로 포장했지만, 실상 관제(官制) 모금 아니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