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련 정보 없어…추가 자료 요청했다"
"법적 요건 못 갖춰…뇌종양 확정될 지 의문"
변호인단 "입원장소 공개 우려…추가 제출"
의료계 "정식 '뇌종양' 진단서는 신경과에서 발급"
정씨 측 "정형외과 기재, 여러 질환 있어 협진한 것"

동양대서 PC 옮기는 정경심·김경록 - 조국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왼쪽 사진 오른쪽)씨가 지난달 1일 0시 1분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경북 영주 동양대 건물에서 자산관리인 김경록씨와 함께 연구실 PC를 밖으로 옮기고 있다. PC는 김씨 손에 들렸다. 오른쪽 사진은 9시간 뒤 정씨가 밖에서 서류뭉치를 들고 건물로 들어오는 모습. 두 사진 모두 건물 방범카메라에 찍힌 장면이고, 정씨 얼굴은 본지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가 검찰에 의료기관과 담당 의사 이름도 빠져 있는 정형외과의 ‘입원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측은 전날 오후 늦은 시각 검찰에 팩스로 정씨의 입원확인서를 제출했다. 정씨의 입원확인서에는 진료 담당 과인 ‘정형외과’와 주요 병명만 기재돼 있을 뿐 발행 의료기관과 의사 이름, 면허번호, 직인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발급기관 등에 대한) 정보 자체가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있는 정보를 정씨 측이) 가린 것인지, (확인서 자체에) 처음부터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팩스를 받은 검찰은 정씨 변호인 측에 "입원확인서를 발급한 의료기관과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뇌종양 등을 진단할 때 MRI 촬영 영상 판독 등이 포함되는 점을 감안해 정씨가 이 같은 절차를 거쳤다면 함께 제출해달라고 했다.

뇌경색과 뇌종양은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에서 진단하는 질병이어서 정형외과에서 관련 서류를 발급받은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뇌경색·뇌종양에 대한 정식 진단서는 대학병원 신경과나 신경외과에서 MRI 등 정밀검사를 받은 뒤 발급받아야 하는데 정형외과에서 진단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급기관뿐만 아니라 검찰 제출 서류가 ‘진단서’가 아닌 ‘입원확인서’인 점도 논란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인이 어떤 서류를 제출할 것인지는 제출 목적에 따라 판단할 부분"이라면서 "소환조사 일정을 미루는 등 조사 자제를 원했다면 진단서를 내는 것이 맞는데, 정씨가 이날 검찰에 출석한 것을 감안하면 ‘치료중’인 점을 감안해달라는 취지 정도 아니었을까 싶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입원확인서도 형식을 떠나 진단서로 볼 여지는 있지만, 제출된 문서 자체가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입원확인서가 어떤 기관에서, 어느 의사가 발급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정씨 측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뇌종양, 뇌경색 진단을 확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정씨 측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입원 장소가 공개되면 병원·환자 피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해당 부분을 가리고 제출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검찰에 밝혔다"며 "정씨가 소환조사를 받고 있고, 조사 중에 필요한 자료도 추가로 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입·퇴원 확인서상 진료 담당과가 정형외과로 기재된 것은 정씨에게 여러 질환이 있는데 정형외과는 협진을 한 여러 진료과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 전직 검사장은 "검찰에 (피의자 측이 주장하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문건을 제출하는데, 작성자와 작성 기관을 밝히지 않은 채 문건을 제출하는 게 상식적이지는 않다"면서 "원칙의 문제"라고 했다. 정씨 측은 입원 장소 등이 언론에 공개될 것이 우려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씨의 검찰 소환 과정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정씨의 건강상태는 조사를 받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의 건강 상태 언급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조사받는 데 별 다른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정씨는 이날까지 여섯 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날도 비공개 소환이었다. 정씨는 다섯 번째 소환 조사였던 지난 14일 남편인 조 전 장관의 사퇴 소식을 듣고 건강상 이유로 조사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고, 정씨는 조서를 열람하지 않고 오후 3시 15분쯤 입원 중인 병원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정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