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오랜 시간 빈곤 퇴치에 대해 연구한 경제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각) 노벨 경제학상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58)·에스테르 뒤플로(47)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마이클 크레이머(55) 하버드대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선정 이유로 "지구촌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이들의 실험적인 접근이 빈곤과 싸우는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마이클 크레이머.

3명의 경제학자는 거시 이론 중심의 '개발경제학'을 자연과학의 '무작위 대조실험'을 적용해 미시적 정책·프로젝트를 평가하는 학문으로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작위 대조실험'은 가장 엄밀한 과학적 연구법으로 꼽힌다. 의학 실험으로 예를 들면 실험군과 대조군을 무작위로 나눈 뒤 실험군에는 진짜 약을, 대조군에는 가짜 약을 줘서 치료법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과서 나눠주기, 구충제 배포 등의 실제 빈곤 퇴치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경우에 더 나은 결과를 냈는지 등을 밝혀내 정책을 설계하고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불과 20년 만에 그들의 새로운 실험 기반 접근법은 개발 경제학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며 "이들의 실험적 연구법은 현재 개발 경제학을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출신의 바네르지 교수가 프랑스 출신의 뒤플로 교수를 가르쳐 둘은 사제지간이면서 이후에 결혼해 부부가 됐다. 29세에 MIT 최연소 종신교수가 된 것으로 유명한 뒤플로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 최연소 수상자이자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바네르지·뒤플로 부부는 MIT에 '빈곤 행동 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이 연구소는 연구기관이자 빈곤 퇴치 단체다. 연구소의 총괄 책임자는 이번에 함께 상을 받은 크레이머 교수의 아내일 만큼 공동 수상자 3명은 서로 친분이 두텁다. 함께 여러 편의 논문을 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국내 세미나에서 크레이머 교수와 만났던 김부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크레이머 교수는 케냐에서의 빈곤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했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대학 졸업 후 2년간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케냐 국민의 삶을 끌어올리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선정된 수상자들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상금 900만스웨덴크로나(약 10억8000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