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치과 치료 이유 들어 사흘째 공개발언 안 해
李총리, 지난 7일 주례회동서 文대통령에 조국 퇴진 건의說도
與일부 "대통령에 조 장관 거취 건의할 수 있는 인물은 이해찬·이낙연밖에 없어"
홍익표 "당에서 靑에 조 장관 사퇴 건의한 적 없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하자 정치권에서는 의외란 반응이 많았다.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내걸고 법무장관직 수행을 고수해왔지만 얼마전부터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여론이 악화하면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적잖게 나왔다. 하지만 그가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검찰 개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보겠다"며 불퇴전 의사를 밝힌터라, 이날 사퇴 발표 배경을 두고 뭔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 사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조국 사태가 계속되면서 민주당 안에서 조 장관을 정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지만, 누구도 공개적으로 조 장관 거취 문제를 언급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당정 투톱인 이 대표와 이 총리가 조 장관 교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종 건의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와 이 총리의 최근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는 조 장관을 포함해 이 대표와 이 총리가 참석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날 치과 치료로 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14일에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지 않고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바로 넘겼다. 12일에는 공식 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내기 곤란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이 칭병(稱病)"이라며 "이 대표가 치아 치료를 이유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은 것도 청와대와 조 장관 거취에 대한 모종의 교감이 오갔기 때문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총리도 지난달 3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한 듯한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 총리는 당시 '조국 법무장관 해임 건의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훗날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는 조 장관 임명 이후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공정한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 사이에서 싹텄고, 가진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이용한다고 보고 분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 7일에는 정대철·권노갑 전 의원 등 정치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장관이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받고 "여러분의 이야기 잘 들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를 떠받치는 당정을 이끌어가는 이 대표와 이 총리가 민심 악화를 더 이상 끌고 가선 안 된다고 보고 문 대통령에게 결단을 건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이 총리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 후 단둘이 점심식사를 한 자리에서 조 장관 거취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설(說)도 돌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 총리도 연말쯤 총리직에서 물러나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거나 서울 전략지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은 조 장관이란 모래주머니를 안고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아는 정치인 출신"이라며 "여권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런 정도의 건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와 관련,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당에서는 청와대에 조 장관 사퇴 의견을 전달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