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의 혜택 범위는 넓히고, 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난해 6월 건강보험공단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이다.

이 문항에 응답자 53.9%는 '잘하고 있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 절반 이상이 보장성 강화는 잘한 것이라 평가했다'고 보도 자료까지 냈다.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고,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만 강조해 정부와 건보공단이 원하는 답을 얻은 것이다.

13일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건보공단은 이 같은 여론조사를 위해 6억3040만원을 썼다. 지난해 쓴 여론조사 비용(1억2568만원)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쓴 전체 여론조사 비용(5억5235만원)보다도 8000만원 가까이 많다.

문제는 여론조사 내용이 대부분 정부나 건보공단이 원하는 대답을 얻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무장 병원(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개설한 불법 의료기관)에 대한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였다. 건보공단은 '사무장 병원에 대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권(수사권)을 건보공단에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느냐?'고 물었고, 응답자 81.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건보공단은 이 결과를 갖고 '국민 10명 중 8명, 건보공단에 사무장 병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찬성'이란 제목의 보도 자료를 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사무장 병원이 불법적으로 개설된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모르고 있었다'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61.9%나 됐다. 윤 의원은 "건보공단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여론조사를 하면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