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부부와 자녀에 대해 검찰이 수차례에 걸쳐 청구한 계좌 추적 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8월 27일 조 장관 일가(一家)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46일이 흘렀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서 가장 기초적인 계좌 추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압수 수색 영장 기각으로 조 장관 가족의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이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조 장관과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자녀 등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자금 흐름 등을 확인하려면 계좌 추적이 필수적인데 다 기각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그동안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불법 투자,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해온 웅동학원 비리 의혹과 관련된 돈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무엇보다 조 장관 부부가 펀드에 투자한 20억원의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조국 펀드'를 운용한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구속)씨가 횡령했다는 72억원대 회삿돈의 일부가 조 장관 아내 정씨에게 흘러간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또 1995~1998년 사이 웅동학원이 은행에서 대출받은 35억원을 포함해 이 학원 일부 자금이 '조국 펀드'로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계좌 추적이 필요한데 법원이 다른 사건 관련자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은 발부하면서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영장만 기각했다는 것이다.

법원 고위 관계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이후 영장 발부가 엄격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계좌 추적은 다른 압수 수색에 비해 사생활 침해 정도가 적은데도 유독 조 장관 가족에게만 까다롭게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출근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기관이 계좌 추적 영장을 여러 개 청구했을 때 그중 일부가 법원에서 기각되는 것은 많이 있는 일이다. 검찰이 계좌 추적 범위를 너무 넓게 잡아 영장을 청구한 경우 불필요한 부분을 걸러낸 뒤 범위를 좁혀서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건 당사자에 대한 계좌 추적 자체를 하지 못하게 원천적으로 막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자금 흐름을 쫓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검찰이 계좌 추적 영장을 10개 청구하면 1~2개만 발부될 정도로 유독 기각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조 장관 부부와 자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겠다며 청구한 영장도 수차례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물론 휴대전화에는 사생활 등 민감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사의 핵심 증거여서 범죄와 연관됐을 수 있는 단서가 있을 경우 대부분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수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조 장관 아내 정씨는 자산관리인인 증권사 직원 김경록씨를 시켜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사무실 PC를 통째로 들고 나왔다. 딸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선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리한 증언을 하도록 회유한 정황도 있다. 한 변호사는 "보통 이런 정황이 나오면 법원이 휴대전화를 압수하도록 해준다"며 "특히 증거인멸에 나선 정씨 휴대전화 압수까지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지난 9일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 변호사는 "법원이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조 장관 수사에서 보이는 모습은 조 장관 가족을 보호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12일 조 장관 아내 정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까지 하면 네 번째 소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