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東)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 사이의 20년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앞장선 아비 아머드(43) 에티오피아 총리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비는 역대 100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지난해 4월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 시각) "아비 총리가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한 노력을 보여줬으며, 특히 이웃 에리트레아와의 분쟁 해소를 위해 결단력 있는 행동을 했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에티오피아의 북쪽에 있는 에리트레아는 196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걸친 독립 전쟁을 벌인 끝에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하지만 양국 사이에 쌓인 앙금은 해소되지 않았고, 1998년부터 3년간 양국이 전쟁을 벌여 약 8만명이 사망했다. 이후로도 군사적으로 대치해왔다.

아비는 지난해 4월 총리가 되자마자 에리트레아에 서로 대사관을 설치하자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취임한 지 3개월 만인 작년 7월 아비는 에티오피아 총리로는 처음으로 에리트레아를 국빈 방문하고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공항에서 진한 포옹을 했다. 두 정상은 종전(終戰)을 공식 선언했다.

아비는 에티오피아 동쪽에 있는 다른 이웃 국가 소말리아와도 관계 개선을 이뤄냈다. 소말리아가 1977년 에티오피아를 침공한 이후 운항을 중단한 에티오피아항공이 지난해 41년 만에 소말리아로 운항을 재개했다. 아비가 역사적인 화해를 주도하면서 빈곤에 시달리는 동아프리카가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는 획기적 전기를 맞게 됐다는 점을 노벨위원회는 높게 평가했다.

아비는 80여개 종족이 사는 에티오피아를 통합하는 데도 열성적이다. 주요 3개 종족의 언어를 모두 구사한다. 지난해 내각을 출범시킬 때 아프리카 국가로는 파격적으로 20명의 장관 중 절반인 10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잇따른 개혁 조치가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아비마니아(Abiymania)'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아비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거나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에 아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올려놓은 에티오피아 젊은이가 적지 않다. 일간 가디언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 만델라, 오바마와 비견되고 있다"고 했다. 아비는 에티오피아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영국 그리니치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정보 장교로 복무하다 2010년 총선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들어왔다.

올해 노벨 평화상에는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 운동 열풍을 일으킨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후보로 포함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노벨위원회는 아비를 선택했다.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는 개인 223명과 단체 78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