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이 발표되던 날. 프랑스 방송들은 상을 거머쥔 니콜라 마티외(41)의 인터뷰를 생중계했다. 인터뷰 도중 한 기자가 전설적인 록밴드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리트(Smells like teen spirit)'를 틀었고 한동안 주제곡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청춘의 반항과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 곡은 그의 소설에서 1990년대의 상징이자 이야기의 서막을 여는 노래로 쓰였다.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프랑스 소설가 니콜라 마티외. 마티외는 11일 오후 8시 서울 동대문 DDP 살림터에서 '미학과 글쓰기'를 주제로 작가들과 토론하고,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안국 트레바리에서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40세 젊은 작가의 수상으로 화제가 된 소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민음사)이 국내에도 번역됐다. 이야기는 제철 공장이 멈추고 폐허가 된 1990년대 프랑스의 소도시에서 시작된다. 공장을 다니던 아버지가 실업자가 되면서 주인공 앙토니의 가정도 조금씩 무너진다. 매일 "진창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끼는 15세 소년 앙토니가 짝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기 위해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훔치면서 갈등이 커진다.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니콜라 마티외는 "지금 내 안에도 여전히 청소년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15세는 가장 예민하고 극적인 시기이며 그때 느낀 사랑과 상처, 증오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의 보람은 사라지고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아버지가 싫은 앙토니, "미술관에 대한 빠삭한 지식, 시내의 집, 깔끔하게 구사하는 표준어"를 동경하며 어떻게든 고향을 떠나고 싶은 소녀들, 마약 사업으로 한몫 챙겨 신분 상승을 하려는 이민자 2세 하신이 얽히고설킨다. 이 10대들은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유산을 더욱 견고히 하는 엘리트"와 "물려줄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의 격차를 생애 처음으로 깨닫는다. 공쿠르상 심사위원은 '금수저' 집안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도 했다. 마티외는 "전 세계에서 빈부의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몇 개의 대도시에 지적 자원과 의료, 문화가 집중돼 있고 주변 소도시는 점점 피폐해진다. 두 개의 프랑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앙토니처럼 프랑스 북부의 서민 동네에서 자란 마티외는 사립 고등학교에 가면서 처음 부자 아이들을 만났다. "애들이 따돌린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내가 잘생기지 않아서' '내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20대에 사회학을 배우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그 수치심이 계급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아직도 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주눅이 든다. 이 콤플렉스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삶을 변화시킨 건 책과 글쓰기였다. 22세 때 첫 소설을 썼지만, 출판사마다 거절당했다. 회사의 서기, 웹진 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글을 썼다. 그는 "처음엔 내가 자라온 세상과 거리가 먼 소설들을 썼다"면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잘 아는 세계, 우리 가족이 살아온 세계를 쓰기로 마음먹었고 내 콤플렉스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소외와 불평등 문제를 다루지만 소설이 어둡지만은 않다. 무덥고 쨍한 여름을 배경으로 청춘의 사랑과 욕망을 담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마티외는 "성공만이 가치 있는 삶은 아니기 때문에 내 소설이 암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대부분 부모보다 조금 더 낫거나 덜한 삶을 살지만, 결코 가치 없는 삶은 아니다"라고 했다. "소시민의 삶에도 존엄과 위엄이 있다. 사랑을 느끼는 내밀한 순간이나 하루하루 느끼는 자유와 쾌락 같은 감정도 성공 못지않게 중요하다.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할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