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부인과 동생, 3차례 소환·압수수색·건강문제 닮은 꼴
"구속수사 자제 신호"vs."이례적 기각, 원칙대로 수사해야"
檢, 허위소송 의혹 보강수사 집중…영장 재청구 검토

웅동학원 허위소송·채용비리 혐의(배임, 배임수재 등)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2)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며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수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조 장관은 이달 중 수사 장기화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등이 담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조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8일 오전 9시쯤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가량 정씨를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지난 3일과 5일에 이은 3차 조사다. 1, 2차 조사 때 정씨가 검찰에 머문 시간은 23시간에 달하지만 조서 열람이 꼼꼼하게 진행되면서 실질적인 조사시간은 8시간에 못 미쳤다. 3차 조사 역시 12시간 중 조서 열람이 포함돼 실질적인 조사 시간은 세 차례 소환에도 불구하고 만 하루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내용과 진술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다. 사실상 피의자의 수사 지연에 가까운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변수는 9일 법원의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루어진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상태 등을 참작했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지난 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조씨는 2006년, 2017년 두 차례 허위소송을 통해 지연이자를 포함해 웅동학원을 상대로 100억원대 채권을 확보한 혐의(배임), 웅동중학교 교사 채용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27일, 그리고 이달 1일까지 세 차례 조씨를 소환조사했다. 조씨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명목으로 8일로 예정됐던 법원 영장심사를 미뤄보려다, 검찰이 강제구인에 나서자 법원 심문에 설 기회를 포기했다. 최근 3년 전국 법원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6년 81.8%, 2017년 80.9%, 2018년 81.3%로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5명 중 4명은 구속됐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은 2015~2017년 피의자가 스스로 영장심사를 포기한 32건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었다.

정씨 역시 8일까지 총 세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고, 앞서 변호인단을 통해 뇌수술 후유증과 시신경 장애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한 상태다. 검찰은 조 장관 부부의 서울 방배동 자택, 정씨의 동양대 연구실 등에 이어 8일 정씨 자산관리인의 옛 근무처까지 압수 수색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조씨 사례를 기계적으로 대입할 순 없겠지만, 건강 문제 등을 겪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자제하라는 신호로 보면 검찰로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채용비리로 돈 전달자들이 모두 구속됐는데 종착지인 조씨는 불구속 수사하라는 것을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조씨에게 채용비리 뒷돈을 전달한 브로커 2명은 지난 1일과 4일 각각 구속됐다. 이들이 조씨에게 2억원을 전달한 뒤 수고비 명목으로 챙긴 돈은 수백만원대라고 한다. 검찰은 조씨가 브로커 중 1명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동학원 허위소송 및 채용비리 혐의(배임, 배임수재)를 받는 조국 법무장관의 동생 조모(52)씨가 9일 구속영장 기각으로 대기하고 있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검찰은 우선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법원은 조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주된 혐의(배임), 배임수재 부분"으로 따로 언급하면서 채용비리 의혹은 별건수사에 가깝고, 허위소송 의혹을 본류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씨가 소송 근거로 삼았던 것은 웅동중 공사대금 채권이다. 공사대금의 실체, 무변론으로 패소를 자초한 웅동학원의 소송 대응 경위가 핵심이다. 검찰은 조씨의 사업 이력, 웅동중 공사내역 등을 토대로 채권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반면 공사대금 채권에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소송비용 지출 등이 배임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조씨의 1, 2차 소송 때 각각 학원 이사를 지낸 조 장관, 정씨의 업무상배임 책임도 묻기 어렵다. 정씨의 경우 조씨의 채용비리 사건 때도 학원 이사로 재직해 불법 소지가 더 크다. 검찰은 조씨가 챙긴 돈이 조 장관 가족에게 흘러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허위소송 의혹을 집중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 법무장관이 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편 조 장관은 전날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이달 중 검찰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한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는 하루 8시간 이상 조사금지, 심야조사 금지, 별건수사 금지, 수사 장기화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조 장관 거취를 둘러싼 장외 집회가 이어지는 등 수사 장기화 부담을 안고 있는 검찰이 가급적 이달 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개혁 속도에도 쫓기게 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