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8일 '이슈 브리핑' 보고서에서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비난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법원의 '압수 수색 영장 허가 남발' 문제가 드러났다는 논리였다. 검찰 주변에서 조 장관 아내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도는 가운데 민주당이 사법부에 '정씨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원장이 이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가운데)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날 조국 법무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법원이 압수 수색 영장을 남발해 검찰권 남용의 방관자로 전락했다"며 '법원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법원장 이름만 9번 언급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는 "최근 조국 장관 가족 수사 과정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포함한 한국 '관료 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를 노정(露呈)한다"고 했다. 조 장관 수사를 계기로 '법원 개혁' 얘기를 꺼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법원이)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를 뒷받침해준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법 농단 수사 당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법원의 모습과 확연히 대조된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했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당시엔 75일 동안 23건의 압수 수색이 진행됐지만, 조 장관과 관련해선 37일 동안 70곳 이상의 장소에서 압수 수색 영장이 집행됐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사법 농단 관련 압수 수색 영장은 90% 기각됐지만, 조 장관 수사 과정에선 거의 모든 압수 수색 영장이 발부됐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나 현 정권의 '적폐 수사' 과정에서 압수 수색 영장이 무더기로 발부됐던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영장 발부·기각 내역이 모두 공개된 것도 아닌데 연구원이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펼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름을 총 아홉 번 언급했다. "법원 개혁, 사법 개혁은 김명수 원장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 답보 상태로 진전이 없다" "김명수·윤석열 체제하에서 먼지떨이식, 마녀사냥식 수사와 여론재판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 모두 현 정권이 임명한 인사다. 그런데도 두 사람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한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한마디로 '조국 수사에 보조를 맞추면 법원도 갈아엎겠다'는 일종의 협박"이라고 했다.

◇대화 걷어차고 검찰·법원 개혁만 강조

민주당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여야가 정국 정상화를 위해 '정치협상회의'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는데, 검찰 개혁 관련 입법 논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정치협상회의'는 전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당대표 모임에서 합의된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 자리에 불참했다. 야당에선 "집권 여당 대표가 대화의 장을 걷어차 놓고선, 무조건 검찰 개혁만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정책위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한 빨리 개혁입법 논의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을 처리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연구원은 정경심씨 영장 청구를 앞두고 '법원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조국 비호'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일가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현 상황이)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유체이탈식 화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