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곡 '치킨 누들 수프(Chicken Noodle Soup)'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말로 '닭 칼국수'라는 별명이 붙은 이 노래는 공개 열흘 만에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6800만회를 넘었다. 유튜브에서는 지난 일주일간 가장 많이 본 동영상 2위에 올랐고, 미국 빌보드지가 매주 꼽는 핫 100차트엔 81위로 진입했다. 그룹이 아닌 BTS 멤버가 홀로 발표한 곡이 빌보드 차트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치킨 누들 수프'는 2006년 미국 래퍼 영비와 웹스터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힙합 음악으로 미국 여가수 베키 지(Becky G)가 참여했다.

BTS 멤버 제이홉(왼쪽)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리메이크 곡 '치킨 누들 수프'가 열흘 만에 유튜브 조회수 6800만회를 넘었다. 오른쪽은 이 곡에 참여한 멕시코 출신 여가수 베키 지(Becky G).

'치킨 누들 수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로 쉽고 재미있는 안무가 꼽힌다. 닭이 날개를 파닥거리는 것 같은 팔 동작과 개다리춤이 결합된 일명 '닭날개 춤'. 소셜미디어에선 '치킨누들수프 챌린지(#CNS Challenge)'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춤을 따라 하는 동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지난 일주일간 '닭날개 춤' 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이 5만명을 넘었다. 2012년 싸이가 유행시킨 '강남스타일' 안무의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가사와 뮤직비디오도 호평받고 있다. 노래의 1절은 제이홉이 우리말로 랩을 한다. 자신이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충장로와 금남로에서 자랐고 춤을 추기 시작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냈다. 2절에선 멕시코 출신인 베키 지가 미국에 사는 라틴계 여성으로 무시당하다 성공한 이야기를 스페인어로 노래한다. 후렴구 등은 영어로 함께 부른다. 한국어·스페인어·영어가 곡 하나에 다 들어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계 인종이 어우러진다. 동양인인 제이홉이 등장해 춤을 추고 그 춤을 아프리카·라틴계 등 소수 인종이 넘겨받는다. 노래 끝 부분에선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한 명씩 등장해 박자에 맞춰 춤 실력을 뽐내고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평론가들은 '치킨 누들 수프'의 인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백인과 흑인 음악이 주류로 꼽히는 미국 팝 시장에서 동양인 남성과 남미계 여성이 노래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독특하고 의미가 있다"며 "K팝과 라틴 음악이라는 두 소수 문화를 결합한 시도가 신선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