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공소장 공개]

조씨, WFM서 횡령해 정씨 투자금 10억원 돌려줘
조국 장관 지명 후 수차례 대책회의, 증거인멸 정황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몸통'인 조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타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57)씨가 사모펀드 운용사 지분을 남동생 명의로 차명 보유하고,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에도 투자 수익금을 받은 정황이 조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기소)씨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또 조 장관 일가(一家)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인 조씨는 조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정경심 측, 사모펀드 운용사 지분 차명보유에 남편 민정수석 임명 이후도 수익금 챙겨
검찰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개한 조씨 공소장에 따르면, 정씨와 그의 남동생 정모(56)씨는 2017년 2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이하 코링크) 신주 250주를 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코링크는 조 장관 가족이 14억원을 투자한 이른바 '조국 펀드'의 운용사다. 계약은 코링크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조씨는 코링크의 총괄 대표 역할을 해왔다. 지난 3일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과 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정씨 남매에게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코링크 지분 인수 계약 체결과 동시에 조 장관 처남 정씨를 명의자로 하는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월 860만여원을 남동생 정씨에게 지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조씨가 2017년 3월부터 작년 9월까지 19회에 걸쳐 남동생 정씨 계좌로 송금한 돈은 1억5800만원에 달했다. 남동생 정씨가 얻은 수익에 따른 원천징수세까지 코링크에서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정씨 남매는 2018년 8월쯤 조씨에게 투자금 상환을 독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씨는 코링크가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WFM에서 13억원을 횡령해 정씨 남매에게 투자금을 돌려준 정황도 드러났다. 조씨는 WFM이 코링크에 13억원을 빌려준 것처럼 가짜 차용증을 쓰고, 이후 이사회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회의록을 꾸며냈다. 조씨는 이후 2015년 12월 정씨가 투자한 5억원과 2017년 2월 정씨 남매가 투자한 5억원을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가 조 장관의 공직자 재산신고 때 투자금을 감춘 셈이다. 검찰은 정씨가 이런 식으로 공직자 및 가족의 주식 등 직접투자를 제한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는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범동, 조 장관 지명 직후 "정경심 이름 있는 서류 다 없애라" 지시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8월 9일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사모펀드 관련 의혹에 대한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검찰은 조씨가 지속적으로 조 장관 부인 정씨와 상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청와대가 국회에 조 장관의 청문요청서를 보낸 직후인 그달 16~20일 조씨는 가짜 해명자료를 마련했다.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여서 투자자가 투자 내역을 알 수 없고, 투자 약정을 조 장관 가족이 따를 필요가 없다는 해명자료를 준비해 조 장관 청문회준비팀에 넘겼다.

이후 조씨는 코링크의 명목상 대표 이상훈(40)씨와 함께 지방의 리조트를 돌며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 조씨와 이씨는 지난 8월 17일 강원도 정선군의 한 리조트에 머물며 코링크 사무실에 있던 직원에게 "검찰이 압수 수색을 나올 수 있으니 정경심 등의 이름이 있는 서류 파일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코링크 직원들은 조씨 지시로 사무실에서 보관하던 관련 서류를 폐기·은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씨와 이씨는 8월 18일 충북 제천시의 한 리조트로 거처를 옮긴 뒤 코링크 직원들에게 사무실의 노트북과 SSD를 교체하라고 시켰다. 코링크 직원들은 지난 8월 27일 기존에 사용하던 노트북과 SSD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출자 관련 주식 보유 금지 규정을 회피하고, 코링크의 불법 자금 운용에 대해 불리한 증거를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언론과 야당에서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조씨는 8월 20일 오전 아내 이모(35)씨와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조씨는 8월 27일 필리핀에서 아내를 시켜 "장인에게 전화해 자택에 있는 하드와 서류를 치워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장인은 사위 부탁을 받고 회사 직원과 8월 27일 오후 10시 5분쯤 경기 용인시에 있는 조씨 자택에서 컴퓨터 본체와 가방, 서류 등을 자동차로 옮겨 실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는 코링크 직원들에게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게 했다"며 "아내와 공모해 자신의 장인이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하도록 교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