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의 '조사 중단 후 입원' 등으로 검찰 수사가 늘어지면서 법조계에선 "검찰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에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애초 이 수사를 이달 중순까지 끝낸다는 방침이었다. 수사를 오래 끌면 불필요한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사건 핵심 인물인 정씨가 검찰 수사를 짧게 나눠 받는 식으로 '지연 작전'을 쓰면서 전체 수사 일정이 어그러져버렸다. 반면 외압은 거세지고 있다. 여당 대표, 국무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절제된 수사"를 강조하며 검찰을 대놓고 압박하고 있다. 여권 지지층은 매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규모 '조국 수호' 집회를 벌이고 있다. 7일엔 이번 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있어 검찰을 겨냥한 여당 의원들의 맹공격이 예상된다. 검찰이 이런 장벽에 둘러싸여 수사 속도를 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 5일 검찰에 나와 2차 조사를 받았다. 검찰청사에 머문 시간은 15시간에 가까웠지만 실제 조사 시간은 2시간 40분이었다. 당초 검찰은 수사 속도를 높이려 했다. 3일 1차 조사에서도 정씨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조사를 5시간 정도밖에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씨가 2차 조사에 나와 조서(調書) 읽는 데 시간을 거의 다 쓰면서 정작 검찰이 준비했던 질문은 절반도 묻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도 조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다가 도중에 끝났다는 것이다. 정씨는 6일에도 조사받지 않았다. 모처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7일은 국회의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가 있어 정씨 소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정씨는 '건강이 안 좋아 그렇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 같다"는 관측이 많다. 정씨가 일단 조사를 짧게 끊어 받으면서 검찰이 가진 '패'를 보고 대비책을 마련한 뒤 다시 조사를 받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특히 자녀 입시 비리의 경우 정씨는 남편인 조 장관, 두 자녀와 진술을 맞춰야 할 부분이 있다"며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을 보고 귀가해 대비책을 짜는 식의 수사를 받는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물론 검찰의 조서를 꼼꼼히 읽는 것은 피의자 권리이며 불법이 아니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올 1월 첫 소환 조사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석해 밤 11시 55분에 귀가했다. 10시간가량 조사받고 4시간 조서 열람을 했다. 다음 날 나와 추가로 조서 열람을 했다. 그러나 그는 조서 열람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조사를 받았다. 또 검찰 출두도 공개 소환 방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정씨는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는 짧게 받고 조서만 길게 보는 등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씨 변호인은 "정씨가 시신경 장애로 조사 때 검사와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런 식으로 건강 문제를 제기해놓고 정씨가 조서 열람을 10시간 넘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차일피일 검찰 조사를 미루고 빠져나가려 할 경우 체포해 조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권이 총출동해 '조국 지키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가능성은 낮다. 검찰청 앞 시위도 검찰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 인사들은 "아무리 검찰이 겉으로는 '법대로 수사한다'고 해도 수사팀으로선 매주 이어지는 시위 상황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씨가 5일 2차 조사를 받을 당시 시위 소리가 조사실 내부까지 들려왔다고 한다.

여권의 압박은 7일 국감에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이 야당의 일반인 증인 채택에 동의하지 않아 일반인 증인은 한 명도 없다. 결국 국감장에선 검찰을 상대로 한 질문만 나오게 됐다. 한 부장검사는 "국감장에서 여당이 '조국 수사팀'을 거세게 공격하면 수사팀도 앞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정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외압이 심한 지금 수사팀이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 것"이라고 했다. 수사팀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씨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