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전국체전 펜싱 경기가 열리는 한양대 체육관으로 가자는 말에 택시기사는 대번 "아, 남현희?"라고 반문했다. '펜싱코리아'가 세계를 호령하는 2019년에도 국민들은 '펜싱' 하면 자동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땅콩검객' 남현희(38·성남시청)를 떠올린다. 펜싱의 남현희는 대한민국 스포츠 팬들에게 그런 존재다.

제100회 서울전국체육대회의 성대한 개막식이 열리던 바로 그 시각, 한양대 체육관 피스트에선 '한국 여자펜싱 레전드' 남현희(성남시청)의 조촐한 은퇴식이 열렸다. 이번 체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후배들과 나란히 단상에 섰다.

사진출처=FIE

성남여중에서 처음 검을 잡았던 꿈 많은 여중생 펜서가 38세, 일곱 살 공하이의 엄마가 된 그 세월동안 펜싱을 향한 순정은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한 후 결심을 번복하고 다시 마지막 도쿄올림픽을 꿈꿨을 만큼 지난 26년간 펜싱은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베이징에서 여자선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이후 그녀가 걸어온 길은 한국 여자펜싱의 역사였다.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올림픽에서 통산 99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 인생의 마지막, 도쿄올림픽 후 2024년 IOC선수위원 도전을 계획했다. 그러나 '천하의 남현희'라도 30대 후반 아마추어 여성 선수의 한계는 명확했다. 지난 1년간 수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전국체전 첫날 개인전 종료 후 은퇴식이 시작됐다. 대한펜싱협회, 실업연맹의 공로패와 선후배들의 꽃다발을 받아든 남현희가 밤새 준비한 은퇴사를 또박또박 읽어내렸다. "14세부터 펜싱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비인기종목인데 왜 해?' 라는 이야기였습니다.그럴 때마다 '누군가 펜싱을 인기 종목으로 만들어줬음 좋겠다. 그게 나였으면 더 좋겠다'라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김영호. 이상기 선배님들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메달을 획득하셨고, 그로 인해 저는 펜싱선수로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됐고, 저 또한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갖게 됐습니다. 두 분의 뒤를 이어 제 인생에 가장 큰 목표였던 올림픽 메달을 2008년 베이징에서 획득하게 됐습니다." 선수 시절 가장 빛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1m55의 키, 215㎜의 발로 20~30㎝ 큰 서구 에이스들을 찔러내며 세계를 호령한 '플뢰레 여제'는 핸디캡을 극복한 비법, 긍정의 마인드를 후배들에게 설파했다. "여러분들이 보시다시피 제 키가 많이 작습니다. 운동선수에게 큰 핸디캡입니다. '저렇게 작은 선수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고 했다. "저는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신체조건이 좋은 유럽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고, '신체조건이 작은 선수도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라고 돌아봤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만 좋은 기운으로 무언가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세요. 1% 확률일지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후배들도 인생에 큰 꿈을 계획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씩씩하게 은퇴사를 읽어내리던 남현희는 26년 다사다난했던 선수 인생 내내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어머니를 떠올리다, 그만 눈물을 왈칵 쏟았다. "누구보다 늘 한결같이 딸을 보살펴 준 우리 엄마…" 대목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 출산, 육아라는 30대 여자의 삶과 진천선수촌 '엄마검객'의 삶은 병행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헌신과 희생, 지지 덕분이었다.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 감사합니다. 든든하게 내옆을 지켜준 남편, 7년간 건강하게 잘 커준 딸 하이. 너무 고마워"라며 애써 말을 이어갔다. 선수생활에 힘이 된 이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SK그룹의 후원은 제 선수활동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펜싱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최신원 회장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저의 울타리였던 성남시청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국민적 사랑을 받은 국가대표 레전드답게 은퇴 후 '나눔의 삶'을 계획중이다. 남현희는 "이제 검을 내려놓으며 제가 가진 작은 재능을 통해 기부하는 삶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특히 스포츠 분야의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지난 26년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99개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100번째 메달은 어려운 환경의 후배들을 위한 스포츠 봉사를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저 남현희는 앞으로 더욱 노력하며 인생의 2막을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은퇴사를 마무리했다. 펜싱인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퉁퉁 부은 무릎의 물을 빼가며 끝없이 도전해온 악바리 선수생활 26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온 스승들이 "수고했어" "고생했다"며 제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태릉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쇼트트랙 절친 후배' 곽윤기도 은퇴식 현장을 찾았다. 짠한 표정으로 은퇴식을 바라보던 서상원 성북구청 감독, 이영록 대전도시공사 감독, 김창곤 경기위원장이 입을 모았다. "누가 뭐래도 남현희는 여자 펜싱의 역사를 쓴 선수죠. 대한민국 펜싱을 알리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양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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