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3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공판 준비 기일에서 "(검찰 공소장은)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 여지가 분명히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이) 대화 내용이 많이 들어가는 등 공소 사실이 장황하고 산만하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기재돼 있다"고 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에 범죄 사실만 기재하고 판사가 예단을 하거나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내용, 서류 등은 첨부하면 안 된다는 형사소송 규칙이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해 13명의 사표를 받아낸 직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 정권 인사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6개 공공기관의 17개 공모직 채용 비리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따옴표가 들어가 있는 부분도 있고 신 전 비서관이 전화를 안 받았다는 내용도 있는데 판사 생활을 20년간 했지만 대화 내용이 이렇게 자세히 나온 공소 사실을 본 적이 없다"며 "피고인의 인상을 나쁘게 보이기 위해 이런 것까지 기재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상법상 일반 회사의 대표이사 임명에 관여한 두 사람의 행위가 직무 권한에 해당하는지, 이들의 지시를 받은 실행 행위자들은 공동정범인지 간접정범인지 형법적 평가도 누락됐다며 공소장을 수정하든가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공판 준비 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