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엄마는 위대했다. 한 사람은 우사인 볼트를 넘어섰고, 또 한 엄마는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9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달리기로 세계 정상에 오른 두 여성 스프린터 앨리슨 펠릭스(34·미국)와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3·자메이카) 얘기다.

펠릭스는 이날 도하 세계선수권 혼성 1600m(4×400) 계주에서 윌 런던 3세(남), 코트니 오콜로(여), 마이클 체리(남)와 함께 3분09초34를 찍어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펠릭스는 둘째 주자로 출전해 50초40을 기록했다. 1600m 혼성 계주는 이번 대회 신생 종목이며,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첫선을 보인다.

1600m 혼성 계주에서 우승한 앨리슨 펠릭스가 딸을 안고 웃는 모습(왼쪽). "딸이 현장에서 내 경기를 보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특별한 대회"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가 100m에서 우승한 직후 아들과 함께 검지로 '1등'을 나타내는 모습. 그는 "아들과 남편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금을 하나 추가한 펠릭스는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를 넘어 세계선수권 통산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됐다. 200m·400m, 계주 등을 포함해 금메달 12개다. 그는 전체 메달 개수에서도 17개(금12·은3·동2)로 자기가 가진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펠릭스는 경기 후 미국 NBC에 "내 딸이 이곳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는 사실이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 제왕 절개로 딸 캠린을 출산했다. 32주 만에 나온 몸무게 1.5㎏의 미숙아였다. 캠린이 한 달 동안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지내는 동안 펠릭스는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임신중독증도 겪었다. 다행히 캠린이 건강하게 퇴원한 이후 펠릭스는 트랙으로 복귀해 올해 7월 미국선수권 400m에서 6위를 했다. 이후 대표팀에 발탁됐고, 출산 1년도 안 돼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펠릭스는 내년 도쿄에서 마이클 존슨이 가진 400m 최고령 메달리스트 기록(33년 12일)에 도전한다.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100m에서 10초71로 우승하며 역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통틀어 이 종목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도 2017년 8월 제왕 절개 수술로 아들 자이언을 낳았다. 당시 세계선수권 여자 100m 결승을 TV로 지켜보다 분만실로 갔다. 자신이 2013·2015년 대회 때 우승했던 종목이다. 그는 "그렇게 나온 아들이 내 금메달이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고통 때문에 연습을 수차례 건너뛰면서도 복귀에 힘써 작년 5월 복귀전에서 11초52를 기록했다. 이어 1년 만에 10초대로 진입해 세계선수권에서 올 시즌 전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모두가 안 된다고 의심했을 때 남편이 날 믿어줬다"고 했다. 그는 100m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아들을 안고 환히 웃었다. AP는 "그가 금보다 더 귀한 걸 들어 올렸다"고 썼다. 외신들은 29일을 '어머니의 날'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