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현직 검사가 30일 검사 내부게시판에 조국 법무장관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응원글을 올렸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소속 장모(40·사법연수원36기)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힘센 쪽에 붙어서 편한 길 가시지 그러셨느냐"고 적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장 검사의 글에 동조 댓글 수 건이 달렸다. 장 검사의 글을 접한 한 검사는 "장 검사는 이전에도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나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우려를 지적해 많은 동료들의 지지를 받았다"며 "오늘 글은 검찰 수사를 정치적으로 풀이하는 목소리들을 반어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 검사는 "임명권자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받아 총장까지 됐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정권 때도 정권눈치 살피지 않고 국가정보원 댓글수사 하다가 여러 고초를 겪었으면서 또 다시 어려운 길을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적었다. 또 "이리 엄정히 수사하지 않았다면 검찰개혁에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헌법정신과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려는 총장 때문에 검찰개혁을 원하는 많은 구성원들까지도 검찰개혁 저항세력으로 몰리게 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조 장관 일가 수사에 검찰개혁에 대한 반대 속뜻이 담긴 것 아니냐’는 시각을 반어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 지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자, 여당에서 제기한 검찰과 야당의 내통 의혹도 반박했다. 그는 "지지율도 높고 총장을 신임하는 여당 쪽과 내통하는 게 더 편하지 않느냐"며 "세살배기 아이들도 조금이라도 힘 센 사람 편에 서는 게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다 아는데 총장은 왜 그런 의혹을 받느냐"고 했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조 장관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장 검사는 "장관이라고 밝히며 수사검사에게 피의자 남편으로 전화하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실현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분임에도 검찰개혁 적임자라 하는데, 틀림없이 총장이 모르는 검찰개혁을 위한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분일 수 있지 않겠냐"고 썼다.

여당에 이어 청와대까지 검찰 수사 비판에 가세한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장 검사는 "총장 덕분에 앞으로 후배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 관련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수장 관련 수사는 신속히 해서도 안 되고 적당한 인원의 수사인력으로 제한해 압수수색 장소도 적당히 구색맞춰 몇 군데만 해야 하는 것을 절실히 배웠다"고 썼다. 또 "앞으로 후임 총장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특수수사처장 등은 제대로 된 정치적 감각을 지닌 참다운 정치검사로 탄생해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을 테니 참으로 다행"이라면서 "이같이 총장이 가는 길과 달리 가고자 하는 것이 법치주의 국가이고, 헌법정신에 맞는 것이긴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특별발표에서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 관련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시길 바란다",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날 오전에는 조 장관의 업무보고를 들은 뒤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개혁을 명분삼아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반응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