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조국 법무 장관 일가(一家)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검찰에 대한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이 개별적인 검찰 수사 사안에 대해 이처럼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조 장관으로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언급하면서 '검찰 개혁'과 '성찰'까지 요구했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여권(與圈) 핵심부 인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이 지난 23일 검찰의 자택 압수 수색 당시 담당 검사와 통화해 '신속한 압수 수색'을 요구한 것이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조용히 수사하라고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이 대놓고 수사에 불만을 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더니…"

문 대통령의 이날 입장 발표는 낮 12시 30분쯤 청와대 기자단에 공지됐다. 전날 방미(訪美)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하루 만에 검찰 수사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발표가 나오기 전 청와대에선 "검찰 수사에 말을 아끼던 문 대통령이 의견을 밝힐 것" "이날 발표는 '신문 1면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한 문 대통령 메시지는 방송에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그간 "검찰은 검찰 일을,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된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조 장관이 검찰의 자택 압수 수색 당시 담당 검사에게 "신속히 압수 수색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며 '수사 외압' '직권 남용' 지적이 나오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검찰권 절제와 성찰'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 강기정 수석은 전날 전남 순천 강연에서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보았던 '그런 일(조 장관 자택 압수 수색)'을 했다"고 했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실제로 이런 검찰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 활동을 하고 있는 와중에 검찰이 압수 수색으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방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똑같은 자세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강도로 진행되자 이날 검찰에 경고장을 던진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검찰 일각에선 "청와대가 검찰의 조 장관 수사에 대해 애매한 반응을 보이다가 갑자기 분노하는 듯한 모양새"라는 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결국 우리 편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무조건 옳고, 우리 편에 대해 수사하는 검찰은 적폐라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장관이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담당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한 것은 '외압'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인륜(人倫)의 문제"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등 전 정권 인사들이 '적폐 수사'를 받다가 숨지는 등 검찰의 인권 침해 수사 논란이 일었을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었다.

◇"여기서 밀리면 안 돼…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의 작업이 좌초돼선 안 된다"고 했다. 여권에선 "여기서 야당에 밀리면 레임덕(임기 말 정권 누수 현상)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 수사 대상이 조국 장관 본인에게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30~40%의 핵심 지지층을 믿고 조 장관 '카드'를 접지 않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등을 밀어붙이면서 '검찰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각종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를 낸 후 반차 휴가를 냈다. 올 들어 4일째 연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총회 일정이 빡빡해 (문 대통령이) 관저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