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과 신문에서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라는 낯선 라틴어 단어가 수십~수백 번씩 언급됐다. 이날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 웹사이트에선 'quid pro quo' 검색 건수가 전날보다 5500%나 치솟았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가진 통화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미국의 4억달러 군사원조를 무기로 젤렌스키에게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부자(父子)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는지를 놓고 서로 "퀴드 프로 쿠오가 드러났다"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기 때문이었다.

퀴드 프로 쿠오는 유럽의 르네상스 때 라틴어 사용이 다시 살아나면서 1530년대 문헌에 처음 등장했다. 이때 뜻은 '대체품'이었다. 약재상(藥材商)이 사람들이 원하는 약재가 아니라, 실수로 또는 고의로 속여서 다른 약재를 줄 때 이 약재를 '퀴드 프로 쿠오'라고 했다. 하지만 1600년대 중반 이후 영어권에선 '어떤 것에 대한 대가(something for something)' '신세 주고받기(favor for favor)' '대가(代價)를 기대하는 딜'을 표현할 때에 많이 쓴다. 기업으로부터 몰래 혜택이나 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미 정치인들은 종종 "대가성은 없었다(without quid pro quo)"고 주장한다. 또 미국 노동법에선 직속상관이 승진·인사상 불이익 등을 내걸며 직원을 성적으로 괴롭힌 경우 '퀴드 프로 쿠오' 성추행이라고 한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의 섹스스캔들이 터지자, 미 민주당 측은 이 인턴이 클린턴에게 워싱턴 DC 내 일자리를 집요하게 요구한 것을 들어 성추행이 아니라 '맞거래'인 '퀴드 프로 쿠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언론은 또 2016년 미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 민간 이메일 서버로 받은 정부 문서가 해킹돼 논란이 되자, 국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이 문서들의 보안 등급을 낮추려는 모종의 거래를 했다며 이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에서 '퀴드 프로 쿠오'는 '실수 또는 고의로 속여서 준 다른 약재'를 뜻하는 애초의 뜻에 가까운 '오인(誤認)' '실수'라는 뜻으로 쓰인다. 상대방의 대가를 기대하며 호의를 베푸는 걸 의미하는 실제 라틴어는 '두 우트 데스(do ut des)'로, '내가 주니, 너도 주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