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힐 수 없습니다."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라 어떤 구체적인 수사 상황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답변 드릴 수 없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경찰이 19일 공식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에서 나온 유전자(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은 "용의자가 50대 남성 이모씨이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는 것만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56)씨로 확인됐지만 정작 수사를 담당하는 경기남부청은 용의자 개인신상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33년 만에 용의자를 지목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었지만 이날 공식 브리핑이 아니라 사건의 배경 등을 설명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방식을 선택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을 맡은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은 브리핑에서‘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 뒤 어떤 조사를 했는지, 이씨가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인지, 당시 용의자 신체조건 등과 어느정도 일치하는지 등 기초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어떤 구체적 사실도 밝힐 수 없음을 양지해달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뒤늦게 브리핑에 참석한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지금은 DNA 결과를 통보받은 상태로, 수사의 지극히 초기 단계"라며 "아직 몰라서 말하지 않은 것이지, 알면서 감추는 것이 아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리고 용의자가 사건의 범인인지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용의자에 대한) 정식 조사가 안 된 상황이어서 모든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경찰 관계자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일문일답 주용 내용.

-화성연쇄살인사건 관련 10건의 사건 중 3건의 사건의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특정된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3건이 몇 차 사건인가.
"감정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답변 드릴 수 없음을 양지해달라."

-지난 7월 15일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고 했는데, 감정 결과는 언제 나왔나.
"밝힐 수 없다"

-사건 당시 추정된 용의자 신체조건이나 용모와 현재 경찰이 특정한 용의자(이춘재)의 것이 얼마나 일치하나.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어떤 구체적 수사상황도 말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

-수사결과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브리핑을 연 이유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치적 알리기밖에 안 된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가 되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수사가 초기 단계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면밀히 수사하겠다. 용의자가 이모씨고 50대이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있다는 사실은 맞는다."

1988년 화성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경찰이 배포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부산교도소에서 방문조사를 진행했나.
"실제 그 대상자(이춘재)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첫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조사는 한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증거분석을 철저히 해 정식 조사를 앞으로도 이어가겠다."

-추가로 DNA 감정을 맡긴 상태인가.
"감정물을 순차적으로 보내고 있다. 감정기관에서도 면밀한 분석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사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정을 의뢰해 차근차근 사건을 밝혀나가겠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관련 증거물 감정을 의뢰한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해 경기남부청이 담당하는 미제사건 2건의 DNA가 검출됐다. 2005년도 수원 중부경찰서에서 발생한 미제사건 때 당시 용의자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해 다시 감정을 의뢰해 DNA를 추출했다. 2011년 부천오정경찰서 사건도 당시 DNA가 안 나왔다가, 지난해 재감정 끝에 용의자 DNA 확보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도 과거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기술이 발달해, 나올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점에 착안해 감정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