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조국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私)문서 위조 혐의 공소장을 확보한 지 엿새가 지나도록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대검찰청이 이미 제출한 자료가 법무부 단계에서 가로막힌 것은 이례적이다.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고위 공직자 검증 목적으로 정 교수 공소장을 절차대로 요구했고, 검찰 또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제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런데 법무부가 중간에서 장관 아내의 범죄행위가 적시된 자료를 가로챈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에 따르면 국회는 정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지난 6일 공소장 제출을 법무부 측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지난 11일 개인 정보가 삭제된 정 교수의 공소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정 교수가 딸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취지의 검찰 수사 결론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법무부는 이날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정 교수 공소장의 국회 제출 여부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사람이 남편인 조 장관이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조국(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군사·외교·대북관계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 자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한다면 국회는 주무 장관의 출석이나 관계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조국 패밀리 지키기'를 위해 조 장관의 법무부가 위법도 불사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이것은 국민의 알 권리 침해이자 조 장관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공소장은 수사를 끝낸 검찰이 공식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문서다. 검찰이라는 준(準)사법기관이 사실 관계, 법리 검토를 끝내고 내놓는 수사 결과물인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경우 검찰은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국회의 요청이 있으면 개인 정보를 삭제한 공소장을 제출해왔다. 기소가 이뤄진 이후에 제출되는 공소장은 피의 사실 공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최근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의 피의 사실 공개를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는 피의자를 카메라 앞에 세우는 '포토라인' 관행을 없애는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날 야당은 "조 장관이 자신과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방어할 목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해당사자인 조 장관이 수사 공보(公報)를 금지하는 자체가 '수사 방어용'이라는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공보 준칙 강화를 빙자한 검찰 수사 보도 금지 추진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조국 일가족을 위한 법무부냐"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무장관이 자기 사건의 수사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훈령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썼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다음 달 18일 연다고 밝혔다. 딸의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자기소개서 실적에 기재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는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등 향후 검찰의 수사 내용에 따라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정 교수는 현재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당시 특별감찰반장을 맡았던 이인걸 변호사를 비롯한 14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