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6일 저녁 경영계 대표 인사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나 "유연근로제가 필요한 사업장이 있다면 노사가 함께 실태조사하고, 머리를 맞대 해결해 보자"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호프미팅을 갖고, 러브샷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10분간 면담한 뒤에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치맥(치킨+맥주)’ 미팅을 했다. 이날 미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은 첫 맥주잔으로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이어 박 회장이 건배사로 "한국노총 화이팅"을 먼저 외쳤고, 김 위원장은 "노발대발(노총이 잘돼야 대한상의도 잘 된다)"이라는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2017년 10월 첫 호프미팅에 이은 두번째로, 당초 대한상의는 6월부터 한국노총에 만남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유연근로제 확대 등 현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한국노총은 대한상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노동계는 이번 만남을 두고 이달 두 단체가 참여하는 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대립보다는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7년 첫 만남 때도 두 단체는 호프미팅 이후 참여가 불투명했던 경사노위에 합류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9월 역대 한국노총 위원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한상의를 방문했고, 박 회장은 답방 차원에서 다음 달인 10월 한국노총 본부를 찾아, 같은 날 호프미팅을 가졌다. 두 사람은 당시 "한국노총과 대한상의가 사회적 대화 복원에 역할을 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자"는 의견을 함께 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근 노동 현안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의 수장이 만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유연근로제 확대 등에 대해 노사의 입장이 갈리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합리적인 협의를 함께 이뤄나간다는 측면에서 한국노총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박 회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일본 무역갈등에 의해) 유연근로제 확대가 정말로 필요한 사업장이 있다면 노사가 얼마든지 함께 조사를 펼치고,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박 회장은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어렵게 이뤄낸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올 2월)인데,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안돼 우리(1기 경사노위) 노력이 빛 바랜 점은 과연 우리 사회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노동 현안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아예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늦춰졌지만, 노사가 이렇게 만난 것에 적어도 두 단체의 수장은 상당히 죽이 잘맞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