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2~26일 유엔총회 참석⋯트럼프와 석달만에 정상회담, 취임 후 9번째
트럼프, 최근 대북 강경파 볼턴 해임⋯대북 유화 기조 속 미·북 협상 돌파구 마련 나설 듯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미국과 이상 기류 대응 위해 방미 선택했을 가능성도
3년 연속 유엔총회 참석 文대통령, 24일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이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가 13일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74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22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 일정은 청와대와 백악관이 협의 중이라고 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은 이번이 9번째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서울에서 회담을 한 후 바로 DMZ(비무장지대)로 이동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자 회동을 했다.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을 7월 중순까지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북 비핵화 실무 협상 조기 재개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행정부 안에서 대북 강경 입장을 견지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해임하는 등 북한에 유화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말 어느 시점에 비핵화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결정한 것도 이런 트럼프 행정부 기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정부는 유엔총회에 문 대통령이 아닌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만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북핵 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 대변인은 "구체적인 의제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는 늘 북·미 간 정상회담과 그 전 실무협상이 반드시 이뤄지기 바란다는 얘기를 해왔다"며 "최근 나온 북·미 간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다시 돌기 시작한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총리를 보내려다 자신이 직접 미국을 찾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일부 지적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반대 시그널을 보낸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은 실망과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을 직접 찾아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등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주요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가질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녹색 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준비 행사를 공동 주관하고, 기후행동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