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위한 개별 기록관 설립 추진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임 후 대통령의 기록물 관리 문제는 사저, 경호동 그리고 대통령기념관 등과 함께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의 최대 관심 사안 중 하나다. 역대 대통령 모두 이 문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호화 사저' '예산 낭비' '편법' 문제가 불거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기록관 설립은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기록원이 추진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 뜻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행안부가 알아서 추진하다 문제가 된 사안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172억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내년 예산에 부지매입비로 32억원이 책정돼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친 사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이 문제를 청와대 실무 비서진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록원과 청와대 실무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에선 행안부와 이 사안을 협의해온 해당 비서관급 인사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정말 대통령이 몰랐다면 대통령에게 사후 보고해도 괜찮을 만큼 힘이 있는 핵심 측근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與圈)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정도가 아니고선 대통령기록관 문제를 관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실장은 청와대와 행안부의 논의 사안을 보고받는 자리에 있다. 주영훈 처장은 대통령 퇴임 이후 경호동 부지 물색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기록관은 문 대통령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경호와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공식·비공식 정보는 대부분 윤건영 실장을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까지 편성된 사안이 왜 대통령에게 보고가 안 됐느냐"는 질문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원해서 건립하라고 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들은 청와대가 언론 보도로 여론이 악화하자 책임 떠넘기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혈세로 대통령기념관을 만들겠다는 시도까지 들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