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충남 천안의 아파트에서 불이 나 모자(母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시신은 아파트 냉장고 안에 있었다. 불은 방화로 추정된다.

11일 오전 5시 22분쯤 충남 천안시 쌍용동의 아파트 5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에 의해 40분 만에 꺼졌다. 집 안 냉장고 안에선 이 집에 살던 어머니(62)와 아들(34·무직)이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주방 싱크대 앞에 눕혀져 천장 쪽을 향해 문이 열려 있었다. 시신은 냉동실과 냉장실에 한 구씩 들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냉장고는 시신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선반이 빠져 있고 반찬도 들어 있지 않았다"며 "폭발 충격에 넘어진 것 같지 않고 일부러 눕혀 놓은 것 같다"고 했다. 이웃 주민 수십 명은 곧바로 대피해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숨진 모자 중 한 사람이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현관 출입문에 달린 주 열쇠, 보조 열쇠, 문걸이 걸쇠까지 안에서 걸려 있어 외부에서 제3자가 침입해 범행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현관문 안쪽에는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경찰은 현장 감식 과정에서 주방의 가스 호스 일부가 절단된 사실도 확인했다. 냉장고 옆에선 시너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을 담았던 플라스틱 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6시 16분쯤 아들이 물건을 들고 귀가하는 장면이 방범카메라에 찍혀 있어 어떤 물건인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 집에서 모자가 다투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0여년 전부터 따로 살고 있는 남편이 모자에게 매달 생활비 150만원가량을 부쳐주고 있어 이들이 생활고를 겪은 것 같지는 않다"며 "가정 불화로 인한 범행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