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강경파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가운데,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란 국영 PRESSTV에 따르면,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11일 "미국이 이란 국민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계속하는 한 미국과 대화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안(미·이란 대화)은 그들이 제재를 해제했을 때에만 논의할 수 있다"며 "양국 대화는 핵합의 서명국들의 틀 안에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대화는 2015년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당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그리고 독일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에서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존 볼턴(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5월 22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다만 타크트-라반치 대사는 볼턴 보좌관의 경질에 대해서는 "우리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대해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고 직접적 입장 표명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미국은 우리가 ‘최대 압박’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볼턴 보좌관 경질 사실을 밝혔다. 그는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백악관에서 더는 복무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렸다. 그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해 3월 22일 임명된 이래 약 1년 6개월 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벌여왔다.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북한 등 외교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