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다음 날, 태풍 ‘링링’이 불어닥칠 때 최성해(66) 동양대 총장을 만났다. 잠을 못 잔 듯 얼굴이 푸석해 보였다.

"조국 후보자는 내가 TV로 보고 있는 줄 알면서 저리 뻔뻔하게 거짓말할 수 있나.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청문회를 좀 시청하다가 TV를 꺼버렸다."

―조 후보자가 최 총장과 몇 번 통화 했느냐가 청문회의 쟁점이 됐다.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바꿔줘 딱 한 번 잠깐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통화 기록을 보면 4일 오전 7시 38분 정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정 교수가 '총장님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에게 직접 다 해주느냐. 상장 발급을 제게 위임했잖아요'라고 하기에, '위임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답했다. 위임이란 학교에서 일련번호를 주고 조교가 대신 총장 직인을 찍게 하는 것을 말하지, 그냥 다른 사람이 찍는 게 위임이 아니다. 그녀는 '위임해줬다 해도 되잖아요'라고 말하며 조 후보자를 바꿔줬다."

―조 후보자는 뭐라고 했나?

"정 교수와의 통화는 짧았고, 조 후보자와 훨씬 오래 통화했다. 조 후보자는 내게 '위임으로 한 걸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 고문한테 물어보니 그렇게 하면 하자가 없다. 총장님도 없고 정 교수도 없다'라고 했다."

―하자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런 보도 자료를 내도 뒤탈이 안 생긴다는 뜻이다. 나는 '규정집도 좀 찾아보고 참모들과 논의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조 후보자가 '위임해줬다는 보도자료를 만들어달라. 부탁한다'고 했다."

최성해 총장은 “조국 후보자 딸의 표창장은 100% 조작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최 총장에게 사실대로 밝혀달라"고만 했다는데?

"그 뒤 정 교수의 번호로 전화가 두 번 더 걸려왔지만 시달릴 것 같아 안 받았다. 세 번째 걸려왔을 때 받았다. 조 후보자의 목소리였다."

―조 후보자와 두 번 통화를 했다는 것인데, 녹음을 해뒀나?

"나는 녹음할 줄 모른다."

―무슨 내용이었나?

"앞서 통화한 보도자료 건이었다. 그는 '오늘 오전 중으로 보도자료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대화를 끝내려는데, 정 교수가 넘겨받아 '총장님 ○이(딸) 예뻐하셨잖아요. 우리 ○이 봐서 그렇게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전에 조 후보자의 딸을 본 적 있었나?

"정 교수가 동양대가 있는 영주에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주말이면 조 후보자가 자녀와 함께 가끔 내려왔다. 영주에서 한의원을 하는 내 친구가 조 후보자와 아는 사이여서 그 인연으로 만났다. 조 후보자 가족과 네댓 번 식사 자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 교수가 '우리 ○이를 예뻐하셨잖아요'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 자녀는 정말 착하고 예쁘다. 걔들을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 사이였으면 인간의 정리(情理)상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안 생기던가?

"조 후보자 부부가 진실하면 좋겠는데, 거짓을 말하고 부탁하니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교육자로서 우리 학생들 보기에 미안했고…."

―조 후보자 사태가 동양대로 불똥이 튀고 표창장의 위조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줄 알았나?

"전혀 예상 못 했다. 검찰 압수 수색이 들어오기 전인데, 연락이 안 되던 정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상황이 복잡해 수업을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묻자, '일주일 휴강을 하고 보강 계획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웅동학원 이사로 있을 때 검찰이 자료를 요구했지만 하나도 제출 안 했다.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 없다. 검찰에서 요구가 있어도 학교에 있는 저와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지 말아달라. 제출했다가는 총장님이 잘못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몹시 불쾌하게 들렸다."

―최 총장은 조 후보자 딸의 표창장이 조작된 것으로 확신하나?

"100% 그렇다.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표창장 사본을 봤다. 그럴듯해 보였지만 상장의 일련번호가 다르고 지금껏 그런 양식의 표창장이 발급된 적 없었다. 정 교수가 순전히 자기 딸의 스펙을 위해 조작한 표창장이었다."

―조 후보자 측은 그 딸이 동양대에서 영어 교재 개발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는데?

"정 교수는 내게 '영어 교재 개발을 위해 조교 한 명을 채용한다'고 구두 보고했다. 그 조교를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 딸 채용 얘기는 한 적 없다. 그 딸을 봤다는 영어영재교육센터 직원도 없다. 딸이 여기 와서 일했으면 내게 당연히 인사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어 교재의 집필위원에 딸 이름이 들어가 있고 160만원 지급한 기록은 있다.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수고비를 받았으면 됐지 봉사상까지 받을 일은 아니다."

―표창장을 보니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의 튜터(교사)'로 봉사했다고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영어영재교육센터에서 봉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센터장이 딸을 뽑거나 본 적도 없다고 하니 '인문학프로그램에서 일했고 어떤 인문학 교수의 추천으로 봉사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 교수도 검찰 조사를 받았을 거다. 그런데 인문학프로그램은 영주시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봉사자가 필요 없었다. 내가 관심이 있어 고교생들과 함께 4개 강좌를 들었지만 조 후보자 딸을 본 적이 없다."

―봉사 기간이 2010년 12월 1일에서 2012년 9월 7일로 나와 있는데?

"정 교수는 동양대에 2011년 9월 11일 자로 임용됐다. 딸이 먼저 와서 봉사했나. 순전히 딸의 스펙을 위해 조작한 것이다."

―여당에서는 오기(誤記)라고 주장한다.

"자기 쪽에 불리하면 그런 식으로 주장하는 것 아니겠나."

―여권에선 '최 총장의 폭로는 조 후보자가 부정 청탁을 안 들어줘 그랬다'고 했는데?

"정말 괘씸했다. 나는 정 교수의 총장 표창장과 관련된 위법 사항을 지적했는데, 여권 일각이 어떻게 이렇게 말하나. 위법한 정 교수가 문제인가, 위법을 지적한 내가 문제인가."

―조국이 민정수석이 된 뒤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 있나?

"전혀 없었다. 정권에 들어간 뒤로는 여기에 내려온 적 없었다."

―정 교수를 통해 조국 수석에게 대학과 관련된 민원을 한 적 있었나?

"2017년 당시 교육부의 재정지원역량 평가에서 동양대가 배제됐다. 어느 교수가 '정 교수 남편인 조국 수석에게 말하면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하기에, 내가 '그런 게 가능하겠나. 그런 소리 말라'고 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29일 교직원 회의에서 '조국 사태로 세상이 시끄럽다. 그때 그런 식으로 처리해 도움받았으면 학교도 뒤집혔고 조 후보자도 더 큰 일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이 반대로 와전돼 정 교수의 귀에 들어간 것 같다."

―조 후보자 부부와 통화한 그날,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는데?

"김 의원은 내 선친의 제자다. 그는 조심스럽게 '표창장 문제가 많이 나오니 직인을 위임해준 걸로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아마 자기들끼리 '조국 대책 모임'을 가진 뒤 내게 연락한 것 같았다. 전화는 유시민이 먼저 했다."

―회유 전화를 한 게 공개되자, 유시민

씨는 유튜버로서 사실 확인 취재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시나리오대로 하나하나 물을 테니 답변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저쪽에서 위임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맞습니까' '보도자료를 요청한 게 맞습니까'라는 식으로 물었다. 마지막에 가서 '웬만하면 저쪽에서 원하는 대로 위임해준 걸로 하시죠'라고 말했다. 그 전화를 받고는 불쾌했다."

―어떤 점이 불쾌했나?

"유시민은 대통령 되겠다는 욕심이 큰 사람이다. 경쟁자인 조국이 낙마하는 걸 내심 원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국을 임명시킨다고 하니 잘 보이려고 이런 위선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런 점이 불쾌한 것이다."

―현란한 화술을 구사하던 유시민의 가면(假面)도 이번에 함께 벗겨졌다. 유씨를 추종했던 청년 세대는 그가 얼마나 이중적인 인간인지 알게 됐다. 품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에게 지식이란 한낱 사악한 흉기와 같다. 정치인들은 그렇다 쳐도, 그동안 정의와 공정을 떠들어대던 작가·지식인들이 조 후보자를 편드는 모습은 부조리극 같았다. 우리 지성(知性)이 이렇게 타락했나?

"그쪽 사람들의 도덕성이 다 비슷하니까 그 속에 섞여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내면의 양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유시민에게 '입으로 자꾸 그렇게 하면 입으로 망한다. 연구실과 사무실을 줄 테니 우리 대학에 와서 강의하고 글을 써라'고 하니 솔깃해하다가 그 직후 보궐선거에 나갔다."

―최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에 혼자 맞선 격이다. 아마 합법의 탈을 쓰고 대학과 총장 주변을 뒤지는 보복이 뒤따를 것이다.

"나는 검찰에서 '우리 대학에 닥칠 불이익이 두렵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도 학교는 정의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 교육자가 위법을 눈감아주면 어떻게 교육을 시키겠나. 나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라고 말했다."

―어느 장면에서 그런 결심이 섰나?

"검찰 압수 수색이 있고 나서 우리 학생들을 보니 '쟤들도 조 후보자 같은 부모를 만나 스펙을 쌓았으면 연·고대도 갈 수 있었을 텐데'하는 마음으로 착잡했다. 이런 식이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할 수 있겠나. 스펙 쌓아 얼마든지 대학 갈 수 있으니 공부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조국 후보자 부부에 대해 정말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청문회까지 버티는 조 후보자를 보면서 소위 '멘털 중무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내가 구속돼도 장관 하겠다고 하니 권력을 위한 냉혈한이다. 보통 자신이 다치면 몰라도 가족이 다치면 포기한다."

―법무 장관 자리에 있어야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나?

"그런 식이면 그를 임명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 것이다."

최 총장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합격한 큰아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병대에 입대시킨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