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한화사이언스챌린지 2019’ 대상 수상자인 충북과학고의 이인우양과 이지웅군이 미세 플라스틱과 관련한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②대회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이 심사위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양을 줄일 수는 없을까?'

일상생활에서 미세 플라스틱 배출의 심각성을 느낀 고등학생들이 있다. 지난달 20~22일 경기 가평 한화인재경영원에서 열린 '한화사이언스챌린지 2019' 대상 수상자 이인우양과 이지웅(이상 충북과학고 3)군이다. 두 학생은 세탁기로 옷을 빨 때 합성섬유와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돼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둘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현정 교사와 꼬박 6개월간 연구에 매달렸다. 하루에 많게는 12시간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녹말풀에 셀룰로오스와 향기캡슐을 더한 의류 코팅제를 완성했다. 이 코팅제를 사용할 경우, 미세 플라스틱 발생량이 최대 81%까지 줄어들었다. 이양은 "한화사이언스챌린지에 참여해 머릿속에 머물던 아이디어를 실제 물건으로 만들어 보면서 소재 개발자라는 진로 계획을 확실하게 굳힐 수 있었다"며 웃었다.

◇학생·교사 머리 맞대 지구 지키는 아이디어 발굴

두 사람이 출전한 한화사이언스챌린지는 한화그룹이 주최하는 고등학생 대상 과학 경진대회로,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오염 등으로 병드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주제로 잡아 연구를 한다. 세부 연구 분야는 ▲에너지 ▲바이오 ▲기후변화 ▲물 등 네 가지로 나뉜다. 한화그룹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고 학생들의 창의적 탐구력을 높이고자 이 대회를 마련했다.

한화사이언스챌린지에는 지난 8회까지 총 5355팀, 1만1375명의 학생이 참가했으며 186팀, 369명의 고등학생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 대회에는 429팀, 858명의 고등학생이 출전했다. 이들은 고등학생 2명, 교사 1명이 한 팀을 이뤄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고 3월 초에 이를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예선은 4월부터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1차 예선을 통해 선발된 팀은 총 100팀. 한 연구결과서당 3명의 심사위원이 중복심사를 하고 평균 점수를 산출해 뽑았다. 이어 분야별 합격 기준과 과락 점수를 정하고 해당 점수 이상의 팀을 선발했다.

2차 예선은 대전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분야별 전문가 3인이 팀당 10분간의 구술 면접을 통해 본선에 진출할 20팀을 뽑았다. 에너지 분야 8팀, 바이오 분야 5팀, 기후변화 분야 3팀, 물 분야 4팀 등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본선까지의 모든 심사 과정은 학교 등을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평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상자에겐 상금에 해외 탐방프로그램 혜택까지

본선에 오른 학생들은 연구결과 발표, 심층 토론, 심사위원과의 질의응답을 펼쳤다. 심사위원들은 고등학생 수준에 맞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 주제 선정, 연구진행 과정의 논리성과 연구 결과의 실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발생량 절감을 위한 녹말풀 및 셀룰로오스 기반 의류 코팅제 개발'을 주제로 연구를 한 이양과 이군은 연구 주제의 창의성과 방법의 논리성, 결과의 신뢰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대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양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가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 또 아무리 찾아봐도 비슷한 연구가 없어 실험을 설계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나 여기에 굴하지 않고 파트너와 '우리답게 연구를 해나가자'며 실험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심사위원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군은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하는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펼치는 어린 과학자'로서 잠시나마 지낼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며 "학교 교육과정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 환경과학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기존에 관심을 가졌던 생명공학 외에 환경공학 분야에도 흥미를 갖게 됐다"며 "대학에 가면 관련 공부를 심도 있게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상은 '무살충제 달걀 생산을 위한 백강균 착생 화산송이의 닭진드기 연쇄살충유인시스템 제작' '벤츄리효과를 활용한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 지역 가정의 무전력 공조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연구를 펼친 구준모·민현웅(충북과학고 3), 유동헌·주원규(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군에게 각각 돌아갔다. 한화그룹은 대상 팀에는 4000만원을, 금상(2개 팀)과 은상(2개 팀) 수상 팀에는 팀당 2000만원, 1000만원씩 수여했다. 동상(15개 팀) 팀에는 각각 300만원을 지급했다.

대상과 금상, 은상을 받은 5개 팀에는 해외 탐방프로그램 참여 기회도 준다. 수상자들은 스위스, 독일 등에 있는 연구기관과 기업 등을 방문하게 된다. 또 본선에 진출한 20개 팀 모두에게 한화그룹 입사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참신함과 창의력을 가진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화사이언스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며 "미래 노벨 과학상에 도전하는 과학 영재들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