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6일 대검 청사도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검찰 수뇌부는 이날 기자들의 전화도 거의 받지 않고 인사청문회 상황을 지켜봤다. 검찰은 이날 자정 직전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공소장을 법원에 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다리다가 자정 직전에 기소한 것이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검찰의 공소장을 접수하는 서울중앙지법의 고위 판사들도 이날 저녁 자리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법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런 기소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날 그의 아내를 처벌해 달라며 재판에 넘기는 일은 전례가 없다. 더구나 검찰은 지난 3일 정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그를 소환해 조사하지는 않았다. 피의자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하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물론 피의자를 반드시 조사해야 기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혐의가 확실하고 피의자 조사가 어려울 때 피의자 조사 없이도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이 이번에 정씨를 기소한 것도 공소시효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조 후보자 일가(一家)를 둘러싼 자녀 부정 입학, 가족 사모펀드 등 주요 의혹에 모두 연루돼 있다. 검찰이 이날 기소한 부분은 정씨가 2012년 딸(28)이 받은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했다는 혐의다. 그의 딸은 2014년 6월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할 때 동양대 총장상을 수상 경력으로 적었다. 딸의 부산대 의전원 합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그런데 딸이 동양대에서 총장상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 날짜가 2012년 9월 7일이다. 만약 정 교수가 딸을 위해 가짜 상을 만들었다면 이날이 정씨가 사문서(상장)를 위조한 날이 된다. 사문서 위조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계산해보면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린 6일이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이 된다.

검찰은 이날을 넘기면 정씨의 사문서 위조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물론 위조 사문서 행사죄를 적용하면 총장상을 꾸민 시점이 아닌 가짜 총장상을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시기(2014년 6월)로 따지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남았다"며 "그러나 이 경우 총장상을 제출한 사람은 정씨가 아니라 딸 조씨가 돼 결과적으로 정씨에겐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검찰이 강수(强手)를 택한 것은 분명하다. 여권의 큰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 일가에 대한 대대적 압수 수색을 벌이자 청와대와 여당은 최근 검찰을 향해 "정치하겠다고 덤빈다" "날뛰는 늑대"라고 공격했다. 그런데도 검찰이 개의치 않고 조 후보자의 청문회 당일 그의 아내를 재판에 넘긴 것이어서 다시 여권이 맹공을 퍼부을 가능성이 크다.

정씨는 '가짜 총장상' 의혹 외에도 자녀의 허위 경력 증명서 발급, 가족 사모펀드 투자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검찰이 이 혐의만 먼저 기소한 데는 다른 '메시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기 전에 검찰이 인사 판단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일부라도 먼저 수사 결과를 낸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청와대 관계자가 조 후보자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이 내란(內亂) 음모 사건 수사하듯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뒤로는 "어이없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로선 관련 고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