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한국·일본 등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중 시작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본격적인 압박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이 남중국해를 봉쇄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기자 질문에 "거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뒤 돌연 "우리는 매우 강한 동맹을 많이 갖고 있고 거기에 (미군이) 있는 것만으로도 동맹에 아주 큰 호의를 베풀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우리는 한국, 필리핀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우리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많은 돈을 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많은 경우에 이들(동맹)은 우리(미국)를 위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고마워하지 않는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들로부터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또 "우리는 그들이 고마워하도록 요구하는 지도자를 가진 적이 없다"며 "나는 '당신(동맹)들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지난 2월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된 1조389억원에 합의했고,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달 중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7월과 8월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을 통해 방위비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 압박을 하면서 북한에 대해선 "잠재력이 엄청나다"며 대화의 손짓을 했다. 그는 이날 이란 문제를 설명하다 갑자기 "북한은 굉장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굉장해질 수 있고 우리는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며 "아주 중요한 합의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도 자유아시아(RFA) 방송에 "실무협상의 진전이 없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북한 입장에서도 좋은 협상 대상자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차출설 등이 나오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비건이 실무협상 대표로 있을 때 북한이 빨리 협상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