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들이 만든 부동산학회 '크레딧(KREDIT)'은 지난 학기에 신입 회원 12명을 모집했다. 지원자가 50명이 넘게 몰려 경쟁률이 4대1이 넘었다. 학회장 이영원(26·건축학과)씨는 "한때 지원자가 적어 오는 학생은 무조건 다 받았는데 최근에는 꾸준히 3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며 "면접을 보고 부동산 지식 등을 따져본 뒤 선발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대학가의 부동산학회는 함께 부동산을 공부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대 부동산학회 에스알시(SRC) 관계자는 "지원자가 늘면서 회원들의 전공과 연령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기존에는 경영학과 등이 위주였는데 요즘엔 여러 학과, 전 학년에서 지원한다"고 했다.

지난 학기 서울 관악구 서울대의 한 강의실에서 서울대 부동산학회 ‘SRC’ 회원들이 ‘부동산 개발 및 금융 기초’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6월 부동산학회 와이알피(YRP)가 생겼다. YRP 회장 정모(24)씨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관심 있는 학생이 많아져서 학회를 직접 만들었다"며 "1년 만에 회원 16명이 모였고, 2학기부터 모집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학가에서 부동산학회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취업은 쉽지 않은데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부동산 투자를 경제 탈출구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부동산, 특히 아파트 매매가는 가파른 상승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대비 올해 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33.78% 올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도 15.38% 상승했다.

경매를 배우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고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임모(29)씨는 아예 유료 부동산 경매 사이트에 가입했다. 100만원이 넘는 연간 이용료는 경매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과 나눠서 냈다. 임씨는 최근 기자를 만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놓은 돈으로 저가(低價) 부동산부터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층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서 '이러다 영원히 집을 못 가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청년층을 위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