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 공장 가동률까지 떨어지고 있다. 매출 500대 기업에 속하는 140여개 제조업체의 상반기 공장 가동률이 78.8%로 작년 상반기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전기전자·정보통신 업종은 79%로 9%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중엔 가동률이 거의 3분의 1로 주저앉은 곳도 있다. 공장 가동률이 80% 아래로 떨어지면 기업이 적자를 감수한 채 생산 설비를 놀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산업단지는 훨씬 더 심각하다. 경기도 시화·남동공단의 공장 가동률은 60%대로 추락했다. 두 공단은 50인 미만 영세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곳인데 공단 내 도로마다 '공장 통매각' '전체 임대' 등을 알리는 현수막이 가득하다고 한다. 전국 37개 국가 산업단지 고용은 2년 새 3만명가량 줄면서 1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올 1~7월 중 임금 체불액은 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이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 자금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다. 전국 산업 현장이 IMF 외환 위기 때 못지않은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물가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기업들은 올 하반기 인력 채용을 대거 줄이고, 추석 상여금을 축소하고 있다. 대기업 240여곳 중 46%만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작년 하반기보다 무려 21%포인트 급감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기업이 65%로 작년보다 5%포인트 줄었다. 경제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기 전에 근본적 방향 전환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