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커피 한 잔의 손익분기점은…1시간 42분?
아이스아메리카노 1잔 시키고 5시간…카공족에서 촬영족까지
"골칫거리" VS "비싼 커피값 냈다"

대학생 이정선(26)씨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쯤, 노트북과 영어교재를 들고 동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에어컨 바람에 시원하고, 발자국 소리 등 카페 내 잡음인 이른바 ‘백색소음’이 집중력에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씨는 거리가 먼 학교 도서관을 대신해, 카페에서 5~6시간 정도 공부를 한다.

최근에는 카공족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코피스족’(커피 coffee와 오피스 office의 합성어)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서 의류 등을 촬영하는 ‘촬영족’까지 등장했다.

카페 주인 입장에서 이씨와 이들 손님들은 달갑지 않은 ‘진상 고객’ 일 수 있다. 너무 오래 매장에 머물면서, 테이블을 차지하면서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값에 공간 이용료가 포함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을 구입한 고객이 카페에서 얼마나 오래 있어야 ‘비(非)매너’일까?

조선DB

◇커피 한 잔 마시는 손님, 손익분기점은 1시간 42분

최근 카페의 손님이 매장을 방문한지 1시간 42분(102분)을 넘어선 순간부터, 카페 주인이 손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30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 42분으로 조사됐다. 비(非)프랜차이즈 카페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하는 가게라고 가정해 계산한 수치다.

하지만 대학생 전문매체 대학내일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의 43%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평균 2~3시간 카페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절반가량은 손익분기점보다 더 오랜 시간 카페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카공족을 둘러싼 ‘민폐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은 나름대로 대응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국내 첫 매장을 낸 블루보틀은 매장에 전기 콘센트가 없고,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1인석과 다인석을 구분하고, 콘센트를 1인석에 몰아넣는 ‘리저브 바(Reserve Bar)’를 늘리는 추세다. 스타벅스 노량진점은 좌석 100개 중 콘센트가 4개 밖에 없어 ‘카공족 거부’ 논란도 있었다.

‘카공족’들이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노트북을 보거나 책을 읽고 있다.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들은 대체로 카공족이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자리를 차지한 채 조용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카페로 돌아오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공부하고 있느니 조용해 달라"며 침묵을 강요하는 일부 카공족이 대표적인 ‘민폐 논란’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카페주인은 "카공족 한 사람 때문에 단체 손님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가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며 "영업 방해 수준"이라고 했다.

반면 카공족을 적극 끌어안으려는 마케팅 전략도 있다. 할리스는 일부 매장에서 자리마다 콘센트와 스탠드를 탑재하고 칸막이를 설치한 좌석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카페 좌석을 아예 독서실처럼 꾸며 카공족이 찾아오게끔 만든 것이다.

◇카페를 런웨이 삼아 활보…쇼핑몰 촬영족도 논란

최근에는 의류 쇼핑몰 운영자들도 비매너 고객 논란이 있다. 쇼핑몰 운영자들이 모델과 함께 카페를 찾아가, ‘런웨이’처럼 매장을 활보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카페 곳곳에는 입구나 메뉴판에 ‘상업적 촬영 금지’ ‘대관 문의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30일 서울시내 카페 앞에 붙여진 ‘상업적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문.

업주들은 쇼핑몰 운영자가 카페를 찾아오는 것이 민폐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빈성욱(28)씨는 "쇼핑몰 운영자들이 화장실에서 계속 옷을 갈아입고, 카페를 활보하면서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다른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끼친다"며 "촬영 금지 안내문을 붙였지만, 귀걸이나 이어폰 케이스 등 작은 액세서리는 사전 허락 없이 몰래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경기 분당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28)씨는 "우연히 들어간 한 블로그에서 내 카페를 배경으로 한 판매 사진 수십 장을 발견했다"면서 "가게 인테리어 소품이 멋대로 옮겨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 신발을 올려두고 찍기도 해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하지만 진상고객 기준을 둘러싼 의견은 엇갈린다. 대학생 김형준(21)씨는 "음료값에 공간 이용료도 포함된 것 아니냐"면서 "커피를 샀다면 카페에서 공부하든, 의류 촬영을 하든 이용하는 손님 마음"이라고 했다. 직장인 조모(28)씨도 "쇼핑몰 촬영한다고 카페가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카페 홍보 효과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카페 사장들이 예민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대학원생 김모(29)씨는 "3시간 이상 카페에 있을 땐 카페 주인에게 미안해서 음료나 샌드위치 등을 추가로 주문한다"며 "커피 한 잔 시키고 오래 앉아있는 것은 분명 민폐"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카페는 기본적으로 앉아서 커피 마시라고 만든 공간인데, 쇼핑몰 촬영을 하는 건 지나치다"며 "카페 주인이 촬영금지 방침을 정했다면, 손님은 주인의 가게 정책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