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계속 검찰 공격하자⋯
野 "짜고 치는 수사 종용하나"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더니⋯" "반개혁으로 물타기하나" 비판
檢, 박근혜 정권 때 안종범·정호성 압수수색 때도 청와대·법무부에 사전보고·협의 안 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 하루 만에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하는데 나는 몰랐다. (검찰이) 관계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며 검찰을 정면 비판했다. 집권당 대표가 검찰이 압수수색 사실을 청와대나 법무부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박근혜 정부 몰락의 신호탄이 됐던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호성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 압수수색 때도 청와대·법무부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보고하지 않았다. 야당과 법학자들은 "압수수색은 상대방이 미리 알면 증거 인멸이 이뤄질 수 있어 보안이 생명"이라며 "압수수색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검찰을 공격하는 건 노골적으로 짜고 치는 수사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와 윤관석 정책수석부의장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 회의에서 "(검찰의 조 후보자 관련 압수수색을 나는) 몰랐는데 언론이 취재했다는 점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해) 전혀 언질을 들은 바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에 차질을 주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아니기를 바란다는 시중의 여론도 검찰이 귀담아듣고 또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을 겨냥한 여당 지도부의 이런 공격은 검찰이 청와대나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하거나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현 정권에 대한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전날 10여건의 조 후보자 관련 고소·고발 사건 관할 부서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특수2부로 바꿔 20여곳 이상에 대해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런 전방위적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시하지 않고서는 이뤄지기 어렵다. 취임 한달을 갓 넘긴 윤 총장이 현 정권 실세로 꼽히는 조 후보자를 겨냥해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자 여당 지도부가 윤 총장이 권력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정권을 향해 수사의 칼을 빼든 것 아니냐고 보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현 정권은 아직 임기를 절반도 넘기지 않았다. 또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는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임명한 윤 총장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자 이제는 "나라를 어지럽힌다"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이런 태도는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정부 때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 보인 반응과도 대비된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당시 현직에 있었던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윤전추 행정관, 이영선 전 행정관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청와대와 법무부에 사전 보고하지 않고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압수수색을 통해 안 전 수석의 수첩과 휴대전화,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가 무더기로 압수됐고, 여기서 발견된 증거를 바탕으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 압수수색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지 압수수색을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문제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당 등 야당에선 "결국 현 정권이 말로는 검찰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실제로는 검찰을 말 잘듣는 권력의 충견(忠犬)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당의 한 검찰 출신 의원은 "권력은 본질적으로 수사·기소권을 가진 검찰을 개혁이란 이름 아래 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의 칼을 들이대자 검찰을 반(反)개혁으로 몰아 물타기를 하려는 것이냐"라고 했다. 야당 일부에선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빠른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여당 대표까지 나서 검찰을 비판하고 나온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의 조 후보자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경우 정권과 짜고쳤다는 비판이 나올 것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검찰과 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진짜로 (조 후보자를 향해) 칼을 빼든 것인지, 아니면 면죄부를 주려는 것인지 국민들도 궁금해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식으로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인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조 후보자의 의혹을 청문회만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정도면 정치권은 수사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는 게 옳다"고 했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검찰의 저항이라는) 여당의 발언들은 조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심각하니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도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나오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진행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