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안내 데스크에는 '수술안심존' 이라고 쓰인 스티커〈사진〉가 붙어 있다. 이 성형외과는 "이용객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수술실마다 방범카메라를 설치해 환자 동의하에 영상을 촬영해 수술 후 보여준다"고 했다. 인근 다른 성형외과의 안내 데스크에도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수술실 사진이 있었다.

수술실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홍보하는 성형외과가 늘고 있다. 환자가 지정한 전문의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집도하는 일명 '섀도 닥터' 사건으로 성형외과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병원들이 '안심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관계자는 "대리 수술이나 의료 사고를 염려하는 환자를 위해 작년 5월 개원과 동시에 모든 수술실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했다"며 "입실부터 퇴실까지 모든 과정이 촬영된다"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 한 성형외과는 '보호자 참관실'을 운영한다. 원하면 환자의 수술 과정을 보호자에게 실시간 중계해준다. 병원 관계자는 "여중·여고생 성형수술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아 전체 환자의 30%가 신청한다"고 했다.

성형 정보 전용 앱인 '바비톡'은 성형외과 수술실의 방범카메라 설치 여부를 앱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현재 바비톡과 제휴 맺은 650개 병원 중 132곳(20%)이 수술실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했다. 2017년 23곳에 불과했지만 2년 새 여섯 배로 증가한 것이다.

환자들은 방범카메라 설치에 대체로 찬성한다. 작년 10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2.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최성철 이사는 "성형외과 말고도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며 "더 많은 병원에서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도내 6개 의료원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의사가 수술에 소극적으로 임해 안전한 수술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며 설치를 반대한다. 의사 단체의 반대 때문에 수술실에 방범카메라를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법 제정도 번번이 실패했다. 2015년 수술실 방범카메라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다가 기한 만료로 폐기됐고, 지난 5월엔 발의된 법안이 하루 만에 철회됐다.

외국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거리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수술실 내 방범카메라 설치 의무화' 법안이 여러 주에서 발의됐으나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