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변호사

조국 전 수석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자문 기구인 민관공동위원회의 백서를 인용, 강제징용은 반인도적 중대 범죄로 처음부터 청구권협정의 협상 대상이 아닌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서에는 한·일 정부 간에 강제징용 보상이 청구권협정에서 타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 전 수석이 틀리게 백서를 인용한 것이다.

첫째, 백서의 불법행위 개념을 오용했고 원문을 개작 인용했다. 백서 원문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한 반인도적 불법행위(군 위안부, 생체 실험, 강제동원 중 범죄행위)는…"이라고 돼 있다. 이를 조 전 수석은 "국가권력이 개입한 반인도적 불법행위(군 위안부, 생체 실험, 강제동원 등 중대 범죄)는…"이라고 인용했다. 양자는 뜻이 크게 다르다. 조 전 수석 인용대로라면 강제동원 자체가 중대 범죄라는 의미가 되지만, 실제 백서 원문은 강제동원 과정에서 폭력행위 등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만을 지목해 불법행위라고 했다. 강제징용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 전 수석이 이렇게 원문을 개작한 것은 강제징용을 청구권협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도라 생각된다. 조 전 수석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민관공동위원회 회의: 불법행위는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 "법리분과위원회: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 배상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물적 범위에 포함되지 않음" 등이다. 백서에 이런 내용이 있긴 했지만, 이를 앞서 언급한 전혀 엉뚱한 해석에 연결시켜 강제징용은 불법행위이고, 일본 책임이며, 청구권협정에서 배제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도록 교묘히 위장했다.

둘째, 청구권협정으로 보상만을 받았을 뿐 배상받은 것은 아니라 했다. 조 전 수석은 "법학에서 '배상'과 '보상'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전자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이고 후자는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이다. 한국이 앞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3억달러는 받았지만 이는 배상을 받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백서에는 우리 정부는 징용자의 피해 보상을 법적 근거를 갖고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되어 있다. 이제 와서 배상·보상의 법률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백서 내용에 반한다. 오히려 보상은 적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 위 주장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적법했다는 자가당착의 결과가 된다.

셋째, 민관공동위는 본회의가 최종 의결 기구이다. 조 전 수석은 본회의가 승인하지 않은 초안을 의결된 양 인용했다. "일본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 보상 청구소송 지원 필요"라고 인용했는데, 본회의는 "정부가 직접 피해 소송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고, 민간단체 등을 통해서 피해자를 간접 지원"이라 했을 뿐이다. 그는 "차관회의: 한국 국민은 징용 자체의 불법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이 협정에 의해 소멸되지 않았으므로 일본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음"이라 인용했는데, 본회의는 "피해자 개인들이 강제동원은 '일제의 불법적인 한반도 지배 과정에서 발생한 정신적·물질적 총체적 피해'라는 법적 논거로 일본에 배상 청구하는 것은 가능"으로 수정 의결됐다.

30만 팔로어를 가진 공인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의 글 6개 중 5개가 틀렸다면 이건 곤란하다. 조 전 수석의 오류는 상식의 틀을 넘는다. 정부 간 타결 자체를 부인한다면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정부가 할 일은 없겠지만, 무상 자금 3억달러를 받고 정부 간 타결을 이루었다면 정부도 그 배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조 전 수석의 정직성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