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안, 2년 연속 9%대 증액해 총 513조원대 편성 협의
日 대응 소재부품장비 2조원 이상 반영하고 미세먼지 예산 2배로
노인 일자리 74만개, 건보지원 1조원 늘리고 농업 직불금 2조2000억원대로 확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부문에 2조원 이상을 반영키로 했다. 건강보험 지원은 1조원 이상 증액하고 농업직불금 예산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노인·청년·소상공인 등에 대한 일자리 지원도 대폭 늘어난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을 최종 검토하는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비공개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부는 이날 당정 협의를 바탕으로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 정책위의장은 내년 예산 총규모와 관련해 "당이 따로 발표하지 않고 정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 대비 약 9% 초반대 증가한 약 513조원대 수준으로 편성 작업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올해 예산 470조원 대비 약 43조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예산을 10년 내 최고 수준인 9.7% 증액했던 작년 말에 이어 올 연말에도 2년 연속 9%대로 예산을 늘리는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일시적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해도 재정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겠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저성장이 고착화하지 않도록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고, 이춘석 기재위원장은 "탈무드에 보면 '좋은 항아리가 있으면 아낌없이 사용하라'는 명언이 있다"며 과감한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응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앞쪽 가운데) 원내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뒷줄 왼쪽에서 둘째) 등 참석자들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 정책위의장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혁신성장 가속, 사회안전망 강화, 국민편의 및 안전 증진에 중점을 둔 2020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조 정책위의장은 "최대 경제현안인 일본 무역보복 대응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자립화 및 경쟁력 제고 예산을 대폭 확대해 2조원 이상 반영한다"며 "추가적 상황 변화와 적기 대응을 위해 예비비로 증액 편성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미세먼지 예산은 2019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 목표를 당초보다 1년 앞당겨 2021년까지 달성하기로 했다.

노인 일자리와 관련해선 올해보다 13만개 확대된 74만개 일자리 예산이 반영된다. 2022년 80만개 노인 일자리를 지원하기로 한 계획을 1년 앞당겨 2021년 달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신혼부부·청년층이 선호하는 역세권 중심의 공공임대주택을 2만9000호로 확대 공급하고, 청년추가 고용장려금·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을 확대하는 예산 편성이 이뤄진다. 청년의 주거·일자리와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예산도 확충된다.

소상공인 경영 안정화를 위해선 지역신용보증기금 재보증 출연을 통해 특례보증 공급을 5조원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보증 만기 연장을 3조원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 상품권(2조3000억→3조원)과 온누리상품권(2조→2조5000억원) 발행 확대를 통해 골목상권 활성화 예산도 확충한다.

보육 예산과 관련해선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현행대로 국고로 전액 지원하고, 어린이집 누리교사 처우 개선비는 36만원으로 3만원 올린다. 올해 말 도래하는 유아교육 특별회계의 일몰은 3년 연장된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지난 4월 당정청 협의에 따라 2·3학년 무상교육 총 소요액의 47.5%(7000억원)를 증액 교부금으로 편성키로 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국고 지원도 1조원 이상 대폭 증액해 2020년 보험료 예상 수입의 14%를 지원한다. 농업 직불금 예산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 편성된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내년부터 전체 33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유지보수 사업 확대, 붉은 수돗물 문제 해소, 국가유공자 보상금 5% 인상, 6·25 전쟁 군경 전사자의 제적 자녀 위로 가산금 추가 인상 등에도 예산이 확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