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고 파기하기로 했다. 지소미아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까지 나오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文대통령, 지소미아 파기 결정… 조국 의혹은 연일 커지고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은 뒤 협정 파기를 재가했다. 조국(오른쪽)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각종 의혹에 대해 “아이의 아버지로 더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며 “모든 것은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그동안 2년 연속 연장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정부가 연장 시한 90일 전 파기를 결정하면서 자동 종료하게 됐다. 지소미아를 대북(對北)·대중(對中) 전략의 핵심축으로 생각해온 미국은 그동안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등이 잇따라 지소미아 연장을 공개 요구해 왔다. 청와대는 "종료 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는 본지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미 국방부 데이비드 이스트번 대변인도 "한·일 양국이 신속히 이견을 해소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일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날 밤 남관표 주일 대사를 불러 "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일 안보 체제는 물론이고 한·미 동맹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일본이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안보협력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며 파기 결정을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는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지소미아 연장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이날 NSC를 전후로 급선회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극한 대결 기류와 함께 일본의 수출 규제 유지 방침이 영향을 준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겼지만 자유한국당은 "조국 후보자 문제를 덮기 위한 물타기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