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23)씨는 올해 초 자취방을 옮기면서 암막(暗幕) 커튼을 달았다. 이사한 원룸 건너편에 먹자골목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암막 커튼을 안 치면 밤에 불을 다 꺼도 방 안이 환하다"고 했다. 관악구는 올해 상반기 빛 공해 관련 민원이 145건 접수돼 서울에서 가장 많은 민원 순위를 기록한 곳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주로 주점이나 모텔, 미용실 등의 간판 불빛 때문에 괴롭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간판 소유주에게 조도(照度) 조절을 요청하지만 소유주가 거부하면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강제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국에서 빛 공해 관련 민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접수된 빛 공해 관련 민원은 2014년 3850건에서 2015년 3670건, 2016년 6978건, 2017년 6963건, 2018년 7002건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011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제로 과태료 부과 등 조치가 이루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은 지난 2013년 도입됐지만, 지자체별 적용 유예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안은 토지를 4종류의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나누고, 조명 허용 기준을 다르게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 구역을 정해도 5년간의 유예 기간이 지나야만 과태료 부과 등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지자체는 서울, 인천, 경기, 광주 등 4곳인데 2015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서울시도 2020년까지는 법 적용을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빛 공해가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밤 시간에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수면을 돕는 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