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주말뉴스부장

세대론에 관한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여배우 실비아 크리스털(1952~2012)이 죽었을 때죠. '개인교수'와 '차타레부인의 사랑'을 통해 당대의 청소년들을 스크린 성인식으로 이끈 배우. 386세대 한 영화감독은 "그녀는 우리의 청소년 시절 가장 생생한 생명이었다. 그녀의 사망은 그 누구의 사망보다도 강하게 소멸을 생각하게 한다"고 적었죠.

그때는 잠시 소멸을 떠올렸다지만 현실의 386, 아니 586은 어느 때보다 승승장구 중입니다. 이번 주 각 신문 학술과 문화면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서강대 사회학과 이철승(48) 교수였죠. 펴낸 책의 제목은 '불평등의 세대'. 지난해 화제가 됐던 논문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의 확장판입니다. 386세대의 권력 독점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숫자와 통계로 실태와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죠.

올 초에 이 논문이 화제가 됐을 때 함께 들려온 소음(騷音)이 있습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대출 10억 끼고 산 흑석동 재개발 상가주택의 25억짜리 '딱지'. 그때는 마침 문재인 정권이 한참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르던 시절. 82학번 '청와대의 입'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386세대의 위선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는 겁니다.

입으로는 정의와 공정을 외치면서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렸을 때는 다른 행동을 하는 위선. 이철승 교수는 청년 세대의 일자리 부족과 여성의 노동시장 탈락도 386의 장기 독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합니다. 다른 세대가 386을 '꼰대'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이겠죠.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세계 1위 비보이 진조 크루입니다.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흥미롭게도 이 춤추는 형제 역시 자신을 '꼰대'로 자처합니다. 그런데 '386 꼰대'와는 좀 다른 의미입니다. 조롱 의미가 섞인 '노오력'이 아니라 20대를 불살랐던 '노력'이, 하루 10시간 넘게 꼬박 5년을 전쟁처럼 살았던 '밤샘 연습'이 세계대회 우승의 비결이었다는 거죠. 요즘 노력 안 하는 후배 젊은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안타깝다는군요.

이번 주는 '386 꼰대'가 아닌 '밀레니얼 꼰대'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청량한 주말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