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반대에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밀어붙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강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WP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할 당시 므누신 장관은 이 결정을 여러차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재무부가 명시한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시각으로 5일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돌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에게 ‘거대한 압력’을 행사하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고 WP는 전했다.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당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지난 2015년 재정된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4월과 10월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대미 무역 흑자 200억달러 이상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하도록 규정한다.

앞서 지난 5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은 한두 가지 요건에만 해당돼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최근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자 미국은 사문화된 ‘종합무역법’을 끌어들여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이다. 1988년 제정된 이 법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이나 유의미한 대미 무역 수지 흑자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또다시 교착 상태에 놓인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백악관의 입김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백악관은 중국 관료들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은 양국간 긴장감만 키울뿐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증명됐다"고 평가했다.